[딜사이트 최령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확장현실(XR)을 스마트폰 이후 차세대 플랫폼으로 낙점했다. 인공지능(AI) 이후 핵심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XR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플랫폼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삼성전자와 구글의 데이터와 플랫폼을 두고 시장 선두주자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펼칠 전망이다.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카카오는 구글과 협력해 안드로이드 XR 기반 AI 글래스 사용자 경험을 공동 개발하기로 하면서 차세대 폼팩터 대응 전략을 공식화했다. 자체 하드웨어 개발 대신 글로벌 디바이스 생태계를 활용해 서비스 확장 속도를 높이겠다는 접근이다.
핵심은 온디바이스 AI 서비스 '카나나 인 카카오톡'을 XR 환경까지 확장하는 구상이다. 메시징과 통화 등 일상 시나리오를 핸즈프리 인터페이스로 구현하고 자연어 기반 상호작용을 강화해 AI 비서 경험을 현실 공간으로 확장하겠다는 방향이다. 이는 카카오가 추진 중인 AI 에이전트 중심 서비스 전략과도 직접 연결된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부터 차세대 AI 경험을 선보이기 위해 글로벌 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로 했고 카카오와 구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한다"며 "카카오톡 속 AI 비서 서비스인 '카나나 인 카카오톡'을 시작으로 온디바이스 AI 서비스를 고도화하기 위해 구글 안드로이드와 직접 협업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향후 구글이 추진 중인 AI 글래스 등 차세대 디바이스 환경에서도 협력이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카카오의 AI 서비스가 XR 인터페이스로 확장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 대표는 "각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글로벌 파트너와 협업으로 AI 전 레이어를 효율적으로 커버하고 직접 투자를 최적화하는 전략"이라며 "카카오는 이용자가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AI 서비스에 더욱 집중하는 동시에 외부 파트너십을 유연하게 활용하면서 실질적인 성과로 증명하겠다"고 강조했다.
네이버 역시 XR 시장 대응을 구체화하며 플랫폼 경쟁에 합류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XR 헤드셋 '무한' 출시 일정에 맞춰 '치지직 XR'을 공개하며 스트리밍 경험을 XR 환경으로 확장했다. 나아가 3D 아바타 인터랙션과 멀티뷰 시청 기능 등을 통해 몰입형 콘텐츠 구조를 구현했다. 하드웨어 경쟁에 직접 뛰어들기보다 콘텐츠와 플랫폼 생태계 상단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의 기반에는 네이버가 축적해온 버추얼 콘텐츠 제작 기술이 있다. 모션스테이지와 비전스테이지 같은 실시간 캡처 기술과 프리즘 라이브 등 스트리밍 인프라를 결합하면 공연과 게임, 커머스까지 확장 가능한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제작부터 유통까지 내부화하려는 방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XR은 네이버 입장에서 단순 콘텐츠 확장 수단을 넘어 데이터 확보 플랫폼 성격도 갖는다. 이용자의 시선 이동과 상호작용, 행동 패턴 등 고밀도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 향후 AI 에이전트 학습과 개인화 서비스 고도화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숏폼 '클립', 스트리밍 '치지직', 커머스와 페이를 연결해온 체류 기반 전략이 XR 환경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카카오와 네이버 양사의 XR 전략은 역할 분화 양상도 보인다. 네이버는 콘텐츠 플랫폼과 제작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며 카카오는 서비스 인터페이스와 AI 에이전트 경험 확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삼성전자와 구글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안드로이드 XR 진영에서 네이버는 콘텐츠 공급자, 카카오는 서비스 파트너로 참여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업계에서는 XR 경쟁의 본질이 결국 데이터와 플랫폼 주도권 싸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이후 차세대 플랫폼 경쟁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네이버와 카카오의 전략이 실제 시장 주도권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XR 디바이스 확산 속도와 AI 서비스 완성도에 달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XR은 단순 디바이스 경쟁이 아니라 이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의 문제"라며 "AI 에이전트 시대에는 인터페이스를 장악한 기업이 플랫폼 주도권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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