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우주항공청 출범으로 국가 우주 정책의 컨트롤타워는 갖춰졌지만, 국방 우주 전력을 방산 시장으로 연결하는 구조는 여전히 불완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개발(R&D) 중심 정책이 전력 도입과 반복 구매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국방 우주 전력 확대가 국내 우주 방산 기업의 성장으로 직결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우주항공청은 2024년 5월 출범 이후 연구개발 기획·조정 기능을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국방 우주 분야에서 핵심적인 수요 설계와 구매 기능이 제도적으로 분리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성 데이터 구매, 서비스 계약, 반복 조달 등 방산형 사업 구조가 명확하지 않아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 지속성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국방 우주 사업의 대부분은 단발성 시제 제작에 치중돼 있다. 위성 수십 대를 띄우는 초소형 위성 군집 체계 등 전력 확대 흐름은 뚜렷하지만, 이를 어떤 주기로 교체하고 반복 조달할지에 대한 '획득 로드맵'이 불분명하다는 평가다.
최근 국방 우주 예산은 전력 확대 흐름으로 인해 외형상 1조원 수준까지 올라왔다. 우주항공청 외 타 부처 투자와 군사 기밀상 공개되지 않는 비닉 예산까지 포함하면 체감 규모는 그보다 크다는 인식이다. 문제는 늘어난 예산이 어떤 방식으로, 누구에게, 얼마나 반복적으로 집행될지에 대한 신호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이와 비교해 전통적인 방위 산업에서는 군 수요를 기준으로 방위사업청이 획득과 구매를 담당하고, 시험·인증을 거쳐 양산과 반복 조달로 이어지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중장기 물량과 사업 지속성을 전제로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
반면 국방 우주 분야에서는 기존 무기체계 중심의 획득 논리가 유지되면서, 신규 산업을 단계적으로 키우는 조달 구조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검증과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방산 논리가 우주 분야에 그대로 적용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기술 개발 이후에도 실제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전력과 시장의 단절'을 경험하고 있다.
이에 우주 방산 기업들 사이에서는 전력 수요는 커지는데 "정작 누가 언제 무엇을 사줄지는 보이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온다. 궤도 운용 이력과 실증 기록이 부족한 기업은 기술 수준과 무관하게 조달 과정에서 후순위로 밀리고, 결과적으로 해외 검증 부품과 서비스에 대한 의존이 강화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내의 한 우주 방산 기업은 위성 자세 제어에 필요한 핵심 부품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정작 국방부의 차세대 위성 사업 공급망에서는 제외됐다. 지상 시험에서 세계적 수준의 성능을 입증했지만 헤리티지(우주 운용 이력) 부족으로 탈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급망 문제도 방산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사업자들이 위성 부품과 핵심 소재를 대규모로 흡수하면서, 국내 우주 방산 기업들은 조달 비용과 납기 불확실성에 동시에 직면하고 있다. 국방 우주가 더 이상 '기술 개발'의 문제가 아니라 조달·비용·공급망 관리까지 포함한 방산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우주공공팀장은 "그동안 우주 개발은 임무 성공을 중심으로 한 연구개발 구조로 설계돼 왔다"며 "국방 우주가 방산 영역으로 편입되려면 기술 이전에 전력 도입과 반복 구매 구조가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업계에서도 국방 우주를 단발성 개발 사업이 아닌, 반복 조달이 가능한 방산 시장으로 전환할 구매 모델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군이 필요한 통제권을 유지하되, 위성 데이터 활용이나 서비스 영역에서는 민간이 사업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우주 방산 기업 관계자는 "국방 우주는 결국 전력화 이후 추가 확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방산 수준의 구매 구조가 정비되지 않으면 국내 기업은 기술을 갖고도 사업에서 배제되고, 해외 검증 기술 의존만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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