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860여개 신협 이사장들의 최종 선택은 '전략가'가 아닌 '검증된 현장 전문가'였다. 제34대 신협중앙회장 선거에서 고영철 광주문화신협 이사장이 치열한 5파전 끝에 당선됐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3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고 연체율이 8%대로 치솟는 등 사상 초유의 위기 속에서 지역 조합을 '알짜'로 키워낸 실전 경험에 표심이 쏠렸다는 분석이다.
신협중앙회는 7일 대전 신협중앙연수원에서 실시된 제34대 중앙회장 선거에서 기호 2번 고영철 후보가 당선됐다고 밝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해 직선제로 치러진 이번 선거에는 전체 선거인 863명 중 784명이 참여해 90.8%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개표 결과 고 당선인은 301표를 얻어 득표율 38.4%로 차기 회장직을 확정 지었다.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른 핵심 키워드는 단연 '위기관리'와 '실리'였다. 8년 만에 '포스트 김윤식' 체제를 맞는 신협은 현재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에 처해 있다.
실제로 신협은 2025년 상반기에만 333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대규모 적자 늪에 빠졌다. 건전성 지표도 크게 악화됐다. 연체율은 8.36%로 2024년 말(6.03%) 대비 2.33%포인트(p) 급등했고, 고정이하여신비율 역시 8.53%까지 치솟았다. 이사장들은 중앙회 행정 경험이나 이론보다는, 당장 내 조합의 부실을 막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실물 경제 전문가'를 원했다는 평가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 당선인이 광주문화신협 이사장으로 재직하며 이뤄낸 성과는 강력한 무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1993년 광주문화신협을 직접 창립해 자산 1조7000억원 규모의 전국 2위 조합으로 성장시켰다. 특히 32년 연속 흑자 경영이라는 대기록은 그의 위기관리 능력을 증명하는 보증수표가 됐다는 후문이다.
상호금융업계 관계자는 "조합별 경영 편차가 커지고 리스크가 현실화된 시점에서, 무리한 외형 확장 없이 내실을 다져온 고 당선인의 성공 방정식이 표심을 파고들었다"며 "중앙회 차원의 거창한 담론보다는 당장 피부에 와닿는 '경영 정상화'를 기대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고 당선인은 취임 즉시 건전성 개선과 수익성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설 전망이다. 우선 재무 상태가 취약한 조합의 연착륙을 돕기 위해 ▲경영정상화 지원 자금 요건 완화 ▲상환준비금 잉여금 일부의 조합 출자를 통한 자본 확충 지원 등을 약속했다. 아울러 최근 출범한 대부업 자회사 'KCU NPL 대부'를 활용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부실채권 매각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과감한 '승부수'도 예고했다. 고 당선인은 카카오뱅크·토스뱅크 등 빅테크에 대항할 인터넷전문은행 'CU뱅크(가칭)' 설립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밖에도 ▲업무 분야별 AI(인공지능) 에이전트 도입 ▲신협 통합 멤버십 포인트 제도 마련 ▲신협형 서민보증기금 설치를 통한 신용대출 활성화 등을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1959년생인 고 당선인은 조선대학교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광주문화신협 실무책임자, 상임이사를 거쳐 이사장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신협중앙회에서도 사업위원회 위원, 금융소비자보호내부통제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며 중앙 무대 경험을 쌓았다.
고 당선인은 당선 소감에서 "신협의 위기는 책상이 아닌 현장에 답이 있다"며 "신협이 다시 현장과 조합원 중심으로 신뢰를 회복하고, 중앙회는 지역 신협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받쳐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밝혔다.
고 당선인의 임기는 김윤식 현 회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다음 달 말 이후인 3월 1일부터 시작되며, 2030년 2월 28일까지 4년간 신협을 이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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