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호텔롯데가 내년 1월 만기 예정인 4200억원 규모 회사채를 전액 보유 현금으로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호텔롯데는 기업어음(CP) 발행과 자체 자금을 활용해 상환재원을 마련해뒀는데 눈에 띄는 대목은 단기 조달창구인 CP의 만기를 무려 1년6개월로 설정한 점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을 둘러싼 유동성 우려 속에서 '미매각'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지난 11월 1300억원 규모 CP를 발행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내년 초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상환에 투입될 예정이다.
내년 1월 만기 예정인 호텔롯데 회사채 규모는 총 4200억원에 이른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호텔롯데의 별도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는 4974억원에 그친다. 회사채 상환을 위해 보유 현금의 85%가량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호텔롯데는 사모 CP 발행 및 홍대L7 호텔 매각을 통해 4000억원에 이르는 유동성을 확충했다.
표면적으로는 안정적인 유동성 확보 전략으로 보이지만 조달 수단과 만기 구조를 들여다보면 다소 이례적인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호텔롯데가 앞서 11월 발행한 CP의 만기가 1년6개월에 이르기 때문이다.
CP는 단기자금을 융통하기 위해 발행되는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기업의 단기신용도를 기반으로 발행되는데, 만기가 1년을 넘는 장기CP의 경우 단기신용으로 사실상 중장기 자금을 조달하는 모순적 구조가 형성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장기CP를 잠재적 신용 리스크를 지닌 기업들이 공모채 조달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선택하는 수단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호텔롯데의 유효 신용등급은 'AA-'다.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 'AA'에서 한 단계 하락한 이후 추가 등급 변동 없이 안정적으로 신용도를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AA급의 우량한 신용도를 지닌 호텔롯데가 회사채 상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장기CP를 선택한 배경에 '미매각'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모채는 발행 전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요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여기서 기관의 주문 물량이 발행 금액에 미치지 못할 경우 미매각 사실이 공시를 통해 시장에 고스란히 노출되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을 둘러싸고 유통·화학·건설 등 계열 전반에 걸쳐 재무 부담 우려가 지속돼온 점도 호텔롯데의 부담을 키우는 요소로 꼽힌다. 만약 회사채 차환발행에 나섰다가 대규모 미매각이 발생할 경우 개별 회사 차원을 넘어 그룹 전반의 위기설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부담도 있다.
이에 더해 호텔롯데가 연초 회사채 발행 환경을 부담스럽게 인식했을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연초는 전통적으로 우량채 발행이 집중되는 시기다. 기관투자자들의 자금 집행이 재개되는 '연초 효과'를 노린 우량 기업들이 회사채시장에 몰리기 때문이다.
우량채가 넘쳐나는 시기인 만큼 같은 신용등급 내에서도 투자 수요는 상대적으로 재무 구조가 더 우수하거나 그룹 리스크가 적은 기업으로 쏠리게 된다. 연초 우량채 러쉬 속에서 호텔롯데가 '상대 평가' 부담에서 자유롭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호텔롯데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면세사업 침체 영향으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2019년 6조원을 웃돌았던 면세사업 매출이 코로나19 이후 3조원대로 쪼그라든 영향이다. 실제로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은 3조3877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3분기 누적 매출(5조3980억원)과 비교하면 감소 폭은 37%에 달한다. 이와 같은 실적부진은 결국 호텔롯데의 재무건전성 저하를 불러왔고 AA였던 신용등급을 AA-로 낮추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1월 만기 회사채는 추가 회사채 발행 없이 전액 상환할 예정"이라며 "만기 대응을 위한 유동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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