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나영 기자] "살이 너무 빠져서 그만둡니다"... 3가지 호르몬의 마법
일라이 릴리가 개발 중인 차세대 비만 치료제의 이름은 '레타트루타이드(Retatrutide)'입니다. 이번에 발표된 임상 3상 결과는 실로 놀라운데요. 약물의 가장 높은 용량을 투여받은 환자들은 68주 동안 체중의 평균 23.7%를 감량했습니다. 심지어 약물 투여를 중단하지 않고 끝까지 복용한 환자들만 추려서 보면, 감량 폭은 무려 28.7%에 달했어요.
재미있는 점은 임상 도중 약을 끊은 사람들 중 일부는 부작용 때문이 아니라, '살이 너무 많이 빠졌다고 느껴서' 중단했다는 사실입니다. 브리검 여성 병원의 캐롤라인 아포비안 박사는 이를 두고 "믿을 수 없는 결과"라며, "이제 비만 수술의 효과에 맞먹는 약물이 나왔다"고 극찬했습니다.
그렇다면 레타트루타이드는 기존 약들과 무엇이 다를까요? 핵심은 '트리플 G'라고 불리는 작용 기전에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기존의 비만 치료제들은 보통 1개, 많아야 2개의 호르몬을 모방해 식욕을 조절합니다. 하지만 레타트루타이드는 GLP-1, GIP, 글루카곤이라는 3가지 호르몬을 동시에 모방합니다. 세 가지 경로로 우리 몸에 작용하니 체중 감량 효과가 훨씬 강력할 수밖에 없는 거죠. 일라이 릴리는 이 약물을 BMI(체질량지수) 35 이상의 고도 비만 환자들을 위한 전략적 무기로 삼고 있습니다.
무릎 통증까지 잡는 '일석이조', 남은 과제는?
이번 임상에서 주목할 또 다른 포인트는 이 약이 관절염 통증까지 줄여줬다는 겁니다. 비만 환자들은 무거운 체중 때문에 무릎 관절염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레타트루타이드를 복용한 환자들은 무릎 통증이 최대 62.6%나 줄어들었습니다. 심지어 환자 8명 중 1명 이상은 임상이 끝날 때 무릎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해요.
보통 급격하게 살을 빼면 근육량이 줄어들어 신체 기능이 떨어질까 걱정하는데요. 이번 결과는 고도 비만 환자들이 이 약을 통해 살도 빼고 신체 기능(무릎 관절 등)도 개선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월가 분석가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였죠.
하지만 '꿈의 약'이 되기 위해 넘어야 할 산도 있습니다. 바로 부작용입니다. 고용량을 투여받은 환자의 약 18%가 부작용 때문에 투여를 중단했는데요. 이는 위약(가짜 약)을 먹은 그룹의 중단율(4%)보다 훨씬 높은 수치입니다. 주된 부작용으로는 메스꺼움, 설사, 구토 등이 있었고, 일부 환자들은 피부가 예민해지거나 따끔거리는 '감각 이상(dysesthesia)'을 겪기도 했습니다.
일라이 릴리는 오는 2026년 말까지 7개의 추가 임상 결과를 더 발표할 예정입니다. 현재 젭바운드로 비만 시장을 호령하고 있는 일라이 릴리가, 더 강력한 레타트루타이드까지 성공적으로 시장에 내놓는다면 노보 노디스크와의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라이 릴리의 주가는?
12일(현지시간) 일라이 릴리의 주가는 전일대비 1.80% 오른 1027.51달러에 장을 마감했어요. 이 기업의 주가는 최근 6개월 동안 25.40% 상승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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