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다은 기자] 일라이 릴리(릴리)의 경구용 비만치료제 '파운다요(성분명 오포글리프론)'가 미국에서 초고속 허가를 받으면서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과 보건 정책 전반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주사제 중심이던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치료 시장이 '먹는 약' 중심으로 재편되는 동시에, 보험 급여 체계에도 구조적 변화 압력이 커질 전망이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일(현지시간) 오포글리프론을 비만 또는 과체중 성인의 체중 감소 및 유지 치료제로 승인했다. 이번 승인은 '국가 우선 바우처(Commissioner's National Priority Voucher)' 프로그램에 따른 다섯 번째 사례로, 허가 신청 후 50일 만이다. 기존 처방약이용자수수료법(PDUFA) 절차를 적용했다면 내년 1월에나 가능했던 승인으로, 2002년 이후 신물질신약(NME) 가운데 가장 빠른 사례다.
파운다요는 하루 한 번 복용하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경구제다. 음식 섭취나 복용 시간 제한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주사제 대비 복약 편의성이 크게 개선된 데다 콜드체인이 필요 없어 유통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 임상시험에서는 72주 치료 결과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고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체중 감소 효과를 입증했다.
이번 허가는 비만 치료제 시장의 경쟁 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변수로 평가된다. 이미 노보 노디스크가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로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릴리가 복용 편의성을 앞세워 본격 경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2026년을 '경구용 비만치료제의 원년'으로 보고 있다. 몇 년 간 주사제가 시장을 주도해온 가운데, 경구제는 환자 순응도와 접근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공급 측면에서도 주사제 대비 생산·유통 부담이 낮아 빠른 시장 확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변화보다 더 주목되는 지점은 정책 영역이다. 릴리는 상업 보험 가입자의 경우 월 25달러, 자가 부담 환자도 월 149달러 수준에서 약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GLP-1 계열 치료제의 높은 약가가 보험 적용을 가로막았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가격 전략은 보험 급여 확대 논의를 촉발할 수 있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현재 다수 국가에서는 비만 치료제를 공공보험 체계 밖에 두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이 확보된 경구제가 등장하면서 정책 환경도 변화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세계보건기구가 2025년 GLP-1 계열 약물 사용을 권고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일부 국가가 비만을 만성질환으로 공식 인정하는 등 정책적 흐름도 이미 전환 국면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비만은 200여개 이상의 합병증과 연관된 심각한 만성질환으로 전 세계적으로 과체중 또는 비만 인구가 17억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치료 접근성과 보험 적용은 제한적이었던 만큼, 경구용 치료제 확산은 비만 치료를 '선택'이 아닌 '관리'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파운다요는 LillyDirect를 통해 즉시 처방전을 접수하고 오는 6일부터 배송을 시작, 미국 내 소매 약국과 원격의료 제공업체를 통해 공급될 예정이다. 릴리는 현재 40개국 이상에서 오포글리프론 허가를 추진 중이며, 승인 직후 글로벌 출시를 확대할 계획이다. 경구용 비만치료제를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시장 판도는 물론 각국 보건 정책까지 연쇄적인 변화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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