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기쁨 기자] 흥국생명이 이달로 예정했던 후순위채 발행을 다음 달로 미루고, 연내 자본 확충에 나선다. 최근 시장금리 상승으로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지자 발행 시점을 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맡는다. 흥국생명은 이번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재무건전성 강화뿐만 아니라 국내 최대 부동산 투자 전문 하우스인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 투입할 계획이다.
20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20일로 예정된 수요예측 및 28일 발행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내달 중순으로 발행을 연기했다. 흥국생명은 9월부터 1000억원 규모(최대 2000억원) 후순위채 발행을 추진해왔다. 금리 가이던스는 연 3.80% 수준이 제시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발행 시점 조율은 단순 연기보다는 전략적 선택에 가깝다. 최근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있지만, 연말에는 자금을 집행하는 연기금·보험사·퇴직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신용채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는 시기다. 흥국생명은 AA- 등급이라는 점과, 기관 수요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 연기를 결정한 것으로 시장은 분석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장금리가 빠르게 오르며 크레딧 스프레드도 확대되고 있는데 지금 발행하면 금리가 과도하게 높아질 우려가 있다"며 "연말은 원래 퇴직연금 수요가 크레딧물로 들어오는 계절적 수요가 있어 회사가 더 나은 조건을 노리고 일정을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흥국생명의 후순위채는 발행 5년 후 조기상환(콜옵션)이 가능한 구조로 최근 시장에서 흥행한 미래에셋생명과 유사하다. 앞서 AA- 등급의 미래에셋생명 후순위채에는 모집액(2000억원)의 두 배에 가까운 3940억원이 몰렸고 최종 금리는 3.8%로 확정됐다. 흥국생명 역시 동일한 AA-급 신용을 보유하고 있어 수요가 몰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흥국생명이 연내 발행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 일정이 촉박한 데다, 내년 금리 환경이 불확실해 발행 시점을 더 미루는 것은 위험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흥국생명은 이번에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재무구조 개선 외에도 모기업 태광그룹과 함께 뛰어든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 활용할 계획이다. 최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 있는 이지스자산운용은 국내 최대 부동산 투자 전문 회사로 거래 몸값은 1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흥국생명 외에도 한화생명,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 등이 본입찰에 참여했다.
올해 생명보험사들의 자본 규제 강도가 높아지면서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한 자본 확충은 업계 전반의 필수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K-ICS 체계 도입 이후 금리 변동성에 따라 지급여력(RBC)·K-ICS 비율이 민감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고려한 발행 타이밍 조정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발행이 마무리되면 흥국생명의 K-ICS비율은 상반기 말 159.2%에서 약 5%p 개선될 것으로 추정된다.
흥국생명은 올해 2월에도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10년물을 발행한 바 있다. 당시 4.75% 금리로 발행 예정액은 1000억원이었지만, 수요예측에서 1960억원의 주문이 몰리며 발행 규모를 증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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