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기령 기자] 재무 불안정에 시달리던 폐기물 순환경제 스타트업 수퍼빈이 최근 145억원 규모의 프리 기업공개(IPO) 투자를 유치하며 재도약 발판을 마련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강화와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 정책 시행 등 구조적 성장 모멘텀에 힘입어 기관투자자들이 선제 베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감사보고서에서 계속기업 불확실성이 제기된 만큼 안정성 확보가 향후 과제로 꼽힌다.
7일 벤처캐피탈(VC)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프리IPO 라운드가 마무리된 수퍼빈에는 동국인베스트먼트와 코리아에셋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티인베스트먼트, 라이징에스벤처스 등이 145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라운드까지 누적 투자금은 약 610억원 수준이다. 이번에 확보한 자금은 인공지능(AI) 회수로봇 네프론 보급 확대와 재생 PET 플레이크 생산공정 증설, 제2사업장 설립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수퍼빈은 네프론을 통해 폐플라스틱과 캔을 수거하고 이를 재생원료화 과정과 연계하는 순환경제 플랫폼을 운영한다. 자원 회수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재활용 소재 유통·가공 단계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ESG 정책 강화와 플라스틱 사용 감축 기조가 나타나면서 시장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투자자들 역시 네프론을 통해 축적한 폐기물 데이터의 활용 가치와 밸류체인 확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데이터 기반 자원순환 모델은 경쟁사가 드문 영역이라는 점도 선제 투자 배경으로 꼽힌다.
정책 모멘텀도 뒷받침된다. 환경부는 내년 1월부터 생수와 비알코올 음료 페트병의 10% 이상을 재생 원료로 제조하도록 의무화하는 '자원재활용법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한다. 정부는 이 비율을 2030년까지 30%로 상향할 계획이다.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로 폐플라스틱 회수·선별 기업들의 수요 기반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퍼빈이 유동성 악화 시점에 투자 유치에 성공한 것은 이러한 구조적 전환의 한복판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수퍼빈의 매출은 꾸준히 증가 추세다. 지난해 매출은 186억원으로 전년(103억원) 대비 80% 이상 늘었다. 수퍼빈은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매출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수퍼빈은 이익 미실현 기업 특례 상장인 테슬라 트랙을 밟는다. 테슬라 요건은 상자 요건에 미달하더라도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에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다.
다만 재무적 리스크는 여전히 부담이다. 최근 공시된 2024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수퍼빈은 지난해 103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유동부채는 289억원으로 유동자산(24억원)을 265억원 웃돌았고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4억원 수준으로 전년(24억원) 대비 급감했다. 외부감사를 맡은 한미회계법인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수퍼빈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지난 5월과 9월 각각 30억원, 5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총 80억원을 조달했다. 지난 9월 상환시기가 도래한 단기차입금 19억원도 만기를 연장하며 시간을 벌었다. 이번에 VC들로부터 유치한 자금은 숨통을 트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VC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정책 기대감에 따른 실적 개선 가능성을 보고 기회를 준 것"이라며 "하지만 계속기업 존속 불확실성이 제기됐기 때문에 단기 유동성 리스크를 먼저 해소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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