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수 WeX 대표] 전 세계 금융 시장의 패러다임이 실물자산(RWA) 토큰화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16조 달러(2경280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한국은 '조각투자'를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토큰증권(STO) 프레임워크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나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STO라는 틀을 넘어, 글로벌 RWA 선도 기업들의 성공 전략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국내 법제화에 적극 반영하여 한국이 글로벌 RWA 중심 국가로 도약할 청사진을 그려야 할 때입니다.
글로벌 RWA 시장은 이미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혁신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성공 방정식은 한국이 나아갈 길을 명확히 제시합니다.
첫째, 온도 파이낸스(Ondo Finance)의 모델을 통해 외화 유치의 길을 열어야 합니다. 온도는 미국 국채 등 우량 자산을 토큰화하여 전 세계 비(非) 미국인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전략으로 막대한 자금을 유치했습니다. 한국 역시 이 모델을 벤치마킹하여, 한국 국채나 우량 회사채를 토큰화하고 이를 해외 투자자들에게 직접 판매하는 채널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는 국가 신인도를 높이고 안정적인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는 새로운 정책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싱가포르처럼 명확한 라이선스를 신설해야 합니다. 친타이(Chintai)는 싱가포르 통화청(MAS)의 공신력 있는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부동산, 사모 신용 등 다양한 자산을 토큰화하는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며 글로벌 기관들의 신뢰를 얻고 있습니다. 한국도 금융 당국 주도하에 포괄적인 RWA 발행 및 유통 라이선스를 신설한다면, 규제의 명확성을 무기로 전 세계 RWA 프로젝트들을 유치하는 아시아의 허브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이더나(Ethena)의 사례에서 규제의 유연성을 배워야 합니다. 이더나는 '합성 달러'라는 혁신적 모델로 단기간에 130억 달러(18조6000억원)가 넘는 시장을 창출했지만, 유럽 MiCAR 규제 당국과 마찰을 빚기도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규제 장벽에 막혀 혁신이 좌초되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가이드라인 안에서 사업 방향을 신속하게 수정하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는 유연한 규제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이는 혁신을 장려하고 시장의 역동성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넷째, 리얼티(RealT)의 법적 구조를 통해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합니다. 리얼티는 개별 부동산을 별도의 유한책임회사(LLC)로 법인화하여 토큰을 발행합니다. 이는 특정 자산의 리스크가 다른 자산으로 전이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강력한 투자자 보호 장치입니다. 한국의 RWA 법제화 과정에서도 이와 같은 파산 절연(bankruptcy-remote) 구조를 의무화하여 투자자 신뢰의 기반을 다져야 합니다.
다섯째, 센트리퓨지(Centrifuge)처럼 소외된 자산을 포용해야 합니다. 센트리퓨지는 송장, 매출채권 등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는 유동화가 어려웠던 자산들을 토큰화하여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를 열어주었습니다. 한국 RWA 시장 역시 부동산, 미술품을 넘어 중소기업 대출, 프로젝트 파이낸싱 채권 등 잠재력 있는 비유동성 자산을 적극적으로 포용하여 실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순기능을 강화해야 합니다.
한국은 더 이상 STO라는 좁은 시야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됩니다. 해외 사례들은 명확한 규제, 투자자 보호, 그리고 혁신을 포용하는 유연성이 RWA 시장 성공의 핵심임을 보여줍니다. 지금이 바로 글로벌 표준을 뛰어넘는 선진적인 RWA 법제화를 통해 전 세계 자본과 기술이 모여드는 '글로벌 RWA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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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 WeX대표 felix.lee@wexcorpora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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