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
뉴스 랭킹 이슈 오피니언 포럼
산업 속보창
Site Map
기간 설정
NH투자증권
한세실업의 한 걸음 늦은 조깅
권재윤 기자
2025.10.23 08:25:10
임직원 새벽 조깅 동원 논란...조직문화 개선 고민해야
이 기사는 2025년 10월 22일 08시 3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권재윤 기자] 평일 아침 6시 반, 회사 회장님과 함께 조깅을 하고 가볍게 아침을 먹자는 제안이 온다면 어떨까. 거절은 할 수 있지만 불이익이 없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근무 시간으로 치지도 않고, 수당도 없다. 오전 9시엔 평소처럼 자리에 앉아 일을 시작해야 하고 퇴근도 똑같다. 기꺼운 마음으로 참석하겠는가.


글로벌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한세실업이 지난달 예고했던 '사장님과 함께하는 가을맞이 걷기 행사'를 결국 취소했다. 사흘 동안 매일 오전 6시 30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회장과 임직원이 함께 걸으며 소통하겠다는 취지였지만 대내외 반발이 거셌던 탓이다.


내부에서는 행사 계획을 두고 사실상 '강제 동원'이라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자율 참여로 안내됐지만 불참 시 불이익이 없다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조깅에 참여하려면 새벽같이 출근해야 하지만 해당 시간이 근무로 인정되지 않고 퇴근 시간 조정도 없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결국 시대착오적 관행이라는 비판이 확산되자 김동녕 한세실업 회장은 한 발 물러섰다. 처음에는 조깅이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한 철학의 일환이라며 입장을 고수했지만, 논란이 커지자 "젊은 직원들이 싫어한다면 하지 마라"며 행사를 중단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기사 more
김동녕 회장 한세실업 대표로 복귀…'구원투수' 등판 오너일가, 철옹성 이사회…견제 기능 물음표 보안체계 미흡, 예스24 순손실 원흉? 보폭 넓힌 오너 2세 김지원…책임경영 도마

김 회장과 한세실업의 '조깅 사랑'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동녕 회장은 평소 걷기를 '한세의 문화'로 여겨왔다. 김 회장은 10여 년 전 한 인터뷰에서도 "매주 세 번씩 여의도공원을 임직원들과 걷는다"며 "벌로 걷게도 하지만 결국은 대화하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푼다"고 말했다.


이처럼 김 회장의 걷기 철학은 한세의 조직문화로 자리 잡았지만 그 과정에서 늘 논란이 뒤따랐다. 2016년에는 저성과자에게 근무시간 외 조깅을 지시해 논란이 일었고, 2018년에는 면접 과정에 새벽 달리기를 포함시켜 비판을 받았다. 코로나19 이후 잠시 중단됐던 이 문화가 최근 다시 부활할 조짐을 보이면서, 회사는 또다시 구시대적 조직문화 논란에 직면했다.


물론 김 회장의 의도는 분명 선의였다. 조깅이라는 운동을 함께 즐기며 건강한 문화를 만들고, 임직원과 격의 없이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는 표면적으로는 건강한 시도처럼 보인다. 


하지만 선의만으로는 달라진 세대의 일하는 방식을 담아내기 어렵다. 지금의 구성원들은 효율과 자율을 중시하며, '함께'보다 '스스로'의 가치를 우선한다. 취지는 좋더라도 참여가 자연스러운 선택이 아니라 암묵적인 의무로 느껴지는 순간, 그 시도는 오히려 조직의 신뢰를 해칠 수 있다. '함께'라는 말이 위계 안에서 흘러나올 때, 그것은 자율이 아니라 지시가 된다. 


한세그룹의 경영철학은 '한 걸음 늦게 가자'다. 변화의 속도보다 기본을 중시하겠다는 뜻이지만, 이번 사태만 놓고 보면 그 말은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이 됐다. 회사는 정말 한 걸음 늦게, 그것도 시대보다 뒤에서 걷고 있었다. 한세실업이 이번 논란을 계기로 보폭을 다시 맞추고, 진정한 '함께 걷기'의 의미를 되찾기를 기대해본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LG유플러스
lock_clock곧 무료로 풀릴 기사
help 딜사이트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특별한 콘텐트입니다.
무료 회원 가입 후 바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more
딜사이트 회원전용
help 딜사이트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특별한 콘텐트입니다. 무료 회원 가입 후 바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
Show moreexpand_more
삼성물산(건설)
Infographic News
M&A Buy Side 부문별 순위 추이 (월 누적)
Issue Today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