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정일택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사장은 2021년 취임 이래 부채비율을 100%대로 끌어내린 동시에 창사 이래 최대 경영실적을 달성하며 외형 성장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년 전만 해도 '재무 위기' 꼬리표가 따라붙었던 금호타이어를 정상화 궤도에 올렸다는 호평이 뒤따를 만한 성과다.
기업 경영에서 기회와 위기가 필연적으로 교차하듯 올해 들어 정 사장 앞에는 다시금 험난한 환경이 드리워지게 됐다. 특히 예기치 않은 광주공장 화재사고로 타이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연 매출 5조원' 목표 달성은 사실상 무산됐다. 여기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함평공장과 유럽 신공장 건설 프로젝트가 겹친 탓에 금호타이어 재무건전성을 둘러싼 우려가 다시금 부상하는 모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의 올 상반기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76%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1%포인트(p) 감소한 수치다. 통상 제조업종 적정 부채비율은 200% 이내를 안정적인 기준으로 삼는다.
부채 감축은 정일택 사장 재임 기간 가장 두드러지는 성과로 꼽힌다. 앞서 금호타이어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영위기를 맞아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을 거쳐야 했다. 이후 2018년 중국 국영 타이어 제조사 더블스타 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았는데 인수 직전인 2017년만 해도 금호타이어 부채비율은 389%에 달했다.
최근 2년 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이끈 공로도 빼놓을 수 없다. 금호타이어는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국면에서 사업 환경 정상화에 힘입어 2023년 연간 매출액 4조원을 넘겼다. 이어 지난해(4조5322억원을) 또 한번 역대 매출 최고치를 경신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금호타이어가 계속해서 성장 가도를 달리는 듯했지만 올해 들어 상황은 역전됐다. 지난 5월에는 광주공장에 대형 화재가 발생하는 악재가 터졌다. 불이 난 2공장 원자재 제련동은 해체 작업에 돌입했으며 화재 피해가 없는 1공장과 2공장 일부 공정은 연내 재가동을 앞두고 있다. 광주공장은 금호타이어 국내 생산량의 40% 이상을 담당하는 핵심 거점인데 사고 이후 최소 반년간 생산 공백이 발생하면서 금호타이어 경영실적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자연스레 연 매출 5조원 진입을 노렸던 당초 계획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금융조사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25년 금호타이어 매출은 4조7231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4% 늘어나는 데 그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5575억원)은 5%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금호타이어가 함평 신공장 이전을 확정 지으면서 막대한 투자 지출도 불가피하게 됐다. 금호타이어는 오는 2028년까지 총 6609억원을 투입해 함평 빛그린산업단지에 연간 530만본 생산역량을 갖춘 공장을 조성할 예정이다.
문제는 유럽 신공장 건설까지 예정돼 재무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금호타이어는 글로벌 9번째 생산기지인 유럽 신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데 유럽 거점을 통해 최대 1200만본에 이르는 생산역량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앞서 정 사장은 지난 4월 열린 '엑스타 익스피리언스 데이'에서 유럽 신공장 후보지를 폴란드·세르비아·포르투갈 3곳으로 압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동·서유럽을 잇는 지리적 이점과 저렴한 인건비를 자랑하는 폴란드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금호타이어는 신공장 1단계 건설에 8000~9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타이어 현금 여력을 고려하면 1조5000억원대 대규모 투자를 감당하기에 녹록지 않아 보인다. 정상적으로 사업 활동을 전개했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5199억원)을 올해도 거둔다고 가정하더라도 외부 재원 조달이 불가피한 구조여서다. 금호타이어가 현재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450억원으로 연간 영업활동현금흐름과 합산한 자금 가용 여력이 넉넉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는 이미 유럽 신공장 투자금의 절반을 차입으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김현경 KB증권 애널리스트는 "광주공장 1150만본 캐파(생산능력)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곡성·베트남 중심 공장 재배치 및 베트남 공장 증설, 중국 외주공장 생산 등의 대응이 진행돼 600~700만본 수준의 캐파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며 "최근 유럽지역 매출 성장이 돋보이면서 현지 공장 건설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최우선 과제가 됐고 올 하반기 중 투자 발표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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