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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라이선스 없는 미포…정기선 MRO 구조조정
김기령 기자
2025.09.02 13:58:52
연 20조 미 해군 수리 및 유지보수(MRO) 계약 2번 연패…라이벌에 밀린 오너 승부수
이 기사는 2025년 09월 02일 13시 5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말 한미 정상회담을 성공리에 마치고 한화그룹이 지난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를 방문해 대한민국가 미합중국의 군사-경제 동맹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마스가 프로젝트를 직접 점검했다. 오른쪽 세번째가 이재명 대통령, 네번째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 대통령실 제공

[딜사이트 김기령 기자] 올해 HD현대중공업은 미국 해군 수리 및 유지보수(MRO) 계약에 2번이나 입찰하고도 연패했다. 한 번은 싱가포르 조선소, 다른 하나는 국내 경쟁사 한화오션에 수주 기회를 빼앗겼다. 세 번째 입찰에서 간신히 미 해군 보급함 USNS 알렌 셰퍼드(Alan Shepard)에 대한 정비 계약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자존심을 상당히 구긴 결과였다. 


세계 1위인 HD그룹이 자신보다 낮은 수준의 경쟁사들에 먹잇감을 놓친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일단 HD현대중공업은 미국 함정들을 수리할 야드 작업공간이 부족하다. 상업용 선박 건조를 위해 야드가 3년치 일감으로 가득차 있어 MRO 수요까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MRO 라이선스가 있는 HD현대중공업은 도크가 포화 상태라 당장 수리건조를 원하는 미군에 이른바 '새치기'를 허용하기가 불가능했다. 


HD현대중공업은 첫 MRO 수주전에서 싱가포르 국영기업인 ST엔지니어링에 밀렸다. 싱가포르에는 미국 7함대의 창이 해군기지가 있는 것도 패배요인이었다는 지적이다. 수주처의 접급성 문제다. 창이 기지에는 항공모함이 접안가능한 부두가 있다. 게다가 싱가포르 테마섹이 지분 100%를 가진 ST엔지니어링은 다수의 미군 MRO 실적을 가졌다. HD현대중공업이 아무리 세계 1위 조선사라고 해도 트렉레코드에서 현저히 밀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현대가 두번째 MRO 수주전에서 국내 경쟁사인 한화오션에 밀린 까닭도 한화가 이미 USNS 왈리 쉬라(Wally Schirra), USNS 유콘(Yukon), USNS 찰스 드류(Charles Drew) 등 미 해군 MRO 사업을 수주·완료해 실적을 쌓은 것과 비교해 신뢰성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이런 맥락에서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은 MRO 라이선스와 가용 도크의 효율적 활용, 지배구조와 인력 구조조정 차원에서 메스를 대지 않을 수 없던 결정으로 분석된다. 일단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지난해 말 비슷한 시기에 선체정비계약(MSRA)을 따내면서 미 해군 입찰 자격을 확보했다. 그러나 현대의 패착은 중형 도크를 가진 HD미포가 아니라 초대형 도크를 가진 HD현대중공업이 이를 취득하게 한 것이다. MRO의 주력 대상인 미군 함정의 사이즈는 중소형 도크에 최적화한 미포가 가져갔어야 하는데 도크도 붐비고 사이즈도 맞지 않는 HD현대중공업이 이를 취득하게 한 것부터 잘못이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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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의 MRO 시장은 연간 2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영업이익률이 15%에 달하는 고수익 사업인데 이를 간과하다가 HD현대미포에 안겨줄 반영구적인 먹거리를 전략적 선택의 부재로 초반부터 놓친 셈이다. HD현대의 오너인 정기선 부회장은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을 통해 일단 MRO 입찰 자격을 완비하고 비용 절감을 노리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중복 설비와 인력을 통합해 유휴 인력과 자원은 해외 사업장으로 재편할 목표를 세웠다는 게 전문가들 해석이다. 


지난달 말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안을 의결했다. 존속법인은 HD현대중공업이며 합병비율은 1대 0.4059146이다. 절차를 마치면 오는 12월 통합 HD현대중공업이 공식 출범한다. 쉽게 말하면 지주사(HD한국)와 현대중공업만 남고 미포는 사라지는 것이다.


지배구조 측면에서 보면 합병 후 HD한국의 보통주 지분율은 74.15%에서 69.26%로 소폭 낮아지지만 최대주주 지위는 그대로 유지된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대주주 지배력에도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특히 정기선 부회장은 두 합병 대상의 개별 지분이 없다. 오너 입장에선 지주사인 HD한국을 통해 지배력을 행사하는 구조라 합병은 지배구조를 흔들지 않으면서 사업 시너지를 낼 절호의 찬스이자 훌륭한 명분이다.


사업 재편 후 지배구조 변화(그래픽=HD현대중공업)

합병을 계기로 미포는 현대중공업의 기술과 경험을 공유해 방산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미포가 보유한 베트남 야드는 향후 MRO와 해외 전진기지로 활용 가능하다. 통합 HD현대중공업은 싱가포르 투자법인 설립을 추진해 해외 투자 전담 조직을 꾸리기 시작했다. 기존 베트남·필리핀 야드와 함께 해외 거점을 늘릴 계획이다. 


이런 관점에서 싱가포르 법인은 조만간 이 그룹의 해외 진출 자회사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싱가포르 법인을 통한 미국 내 조선소 확보다. 이미 정기선 부회장은 라이벌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에 비해 한 발 늦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김동관 부회장은 지난해 6월 미국 내 필리조선소를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을 통해 약 1억 달러 규모로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MRO 시장을 눈여겨보고 북미 조선 및 방산 시장에서 전략적 거점을 선점한 것이다. 김동관 부회장은 지난달 이 조선소와 관련해 5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개선 계획 발표했고 최근 한미정상회담이 마스가(MASGA) 전략으로 대성공을 거둔 이후 한미 군사-경제동맹의 상징이 됐다는 평가다.


정기선 부회장은 한국이 미국을 설득해낸 마스가 프로젝트의 1500억 달러 투자계획에 따른 세부적인 프로젝트를 노릴 계획이다. 한미정부는 이 약속을 기초로 미국 조선소 투자유치 입찰을 내놓을 전망인데 여기서 한화의 필리조선소에 대적할 프로젝트를 따내겠다는 복안이다. 북미 교두보가 마땅치 않기 때문에 필수적인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이번 싱가포르 법인이 활용될 전망이다. 그룹은 최근 십수명의 정예 임직원을 싱가포르에 급파해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통합 HD현대중공업의 기업가치를 66조원으로 추정했다. 단기적으로는 주가·지분 가치 상승 효과를, 장기적으로는 방산과 해외시장 확대라는 체질 개선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룹 안팎에서는 싱가포르 법인이 향후 글로벌 조선소 자회사들의 지주사 격으로 위상이 올라가면 이를 미국 주식시장에 기업공개(IPO) 방식으로 상장해 글로벌 방산회사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이런 모든 장밋빛 기대의 전제 조건은 두 상장사의 합병과 합병 후 통합(PMI) 과정이 원활해야 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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