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넥스틴이 고대역폭메모리(HBM) 검사장비 '크로키'를 앞세워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인텔 공급망 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SK하이닉스의 요청으로 개발한 이 장비를 타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확대 공급해 매출 기반을 확장하려는 시도다.
업계에 따르면 넥스틴은 현재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인텔에 크로키 샘플을 제공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수주가 확정될 시 빠르면 연말이나 내년부터 가시적인 매출로 연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특히 인텔은 크로키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크로키는 넥스틴이 개발한 HBM용 후공정(패키징) 검사 장비다. AI 기반의 2D·3D 이미징 기술과 고출력 광학 시스템을 통해 1㎛(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미세 결함까지 빠르게 검출할 수 있다. 넥스틴은 그동안 웨이퍼 검사장비 '이지스'에 의존해온 탓에 단일 제품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 3D 낸드플래시 검사장비 아이리스(IRIS)에 이어 올해 크로키 수주까지 성사시키며 주력 제품군을 세 가지로 확대했다.
넥스틴은 크로키로 올해 SK하이닉스와 총 두 건의 계약(170억원 규모)을 체결하며 'HBM 공급망'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바 있다. 회사 측은 올해 크로키 장비 판매 목표를 15대 수준으로 제시했으나, 타사로부터 추가 수주가 이뤄질 경우 실제 실적은 이를 웃돌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넥스틴은 올해 3분기 중국 디스플레이업체 B사로부터 크로키 1대를 추가 수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를 기점으로 크로키를 통한 고객사 다변화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평가다.
통상 HBM 검사 영역은 나노미터와 매크로 단위로 분류된다. 크로키는 나노미터 단위의 미세 결함보다 광역 범위인 매크로 영역을 검사한다. 한국IR협의회는 "이와 같은 장비는 주로 가시광선(400nm~700nm) 파장을 사용하며, 나노미터 스케일 검사 장비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처리 속도가 빠르다"고 설명했다.
회사 한 관계자는 "최근 시장에서 요구하는 검사 영역이 점점 미세화되고는 있으나, 여전히 대부분의 기업들이 매크로를 주 타겟으로 삼고 있다"며 "저희 경쟁력은 타사 대비 동일한 레졸루션(해상도)에서 스루풋(생산성)이 더 좋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상용화된 최신 제품인 5세대 HBM3E에서 6세대 HBM4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더라도 장비를 대대적으로 새로 개발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HBM3E에 적용 중인 크로키로 HBM4 공정까지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선 관계자는 "크로키는 웨이퍼 상태에서 바로 검사하거나, 혹은 쏘잉(연마·절단) 이후에 진행하므로 세대가 전환돼도 작업에 큰 변화는 없다"며 "물론 웨이퍼나 다이 시크니스(두께)가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커버하는 데 큰 문제 없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HBM3E 검사 장비 시장은 글로벌 장비 업체인 캠텍과 온투가 주도해왔다. 하지만 HBM3E의 적층 구조가 8단에서 12단으로 고도화되면서 칩 휘어짐(워피지) 현상이 두드러지자 넥스틴에도 기회가 왔다. 업계에 따르면 캠텍과 온투 장비는 링프레임(원형 웨이퍼 틀) 상태에서 크랙이 발생하거나, 쏘잉 작업 이후 워피지가 나타난 경우에는 검사가 원활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수율 이슈로 인해 SK하이닉스가 넥스틴에 장비 개발을 요청했고, 지난해 넥스틴이 지난해 특수 광학 기술과 알고리즘을 활용해 해결 솔루션을 개발해 장비를 만들어냈다. 이 장비는 기존 주력 제품인 이지스 대비 마진이 낮아 수익성 개선에 뚜렷한 성과를 내진 못했다.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으로 이지스-II는 마진율이 33%인 반면, 크로키는 60%에 달했다.
최근 넥스틴의 실적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지스 시리즈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82.2%에 달했으나, 주력 시장인 중화권 매출이 빠지면서 올해 상반기 기준 29.5%로 크게 줄었다. 동시에 그 자리를 크로키가 49.5%까지 채웠다. 마진이 낮고 판매 대수도 많지 않은 크로키의 비중이 늘어난 만큼 외형과 수익성 모두 줄었다. 상반기 기준 이 회사의 누적 매출은 402억원, 영업이익은 187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6.77%, 68.44% 급감했다.
다만 크로키를 비롯한 신규 장비 수주가 점점 확대되고 고객사 다변화가 이뤄지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평가다. 특히 내년부터는 중화권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반등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4분기부터 종속회사 '우시 넥스틴' 중심의 영업 활동을 통한 중화권 실적 회복을 기대한다"며 "내년 1분기에는 신규 장비인 'Asper' 퀄 테스트 완료 후 물량 공급에 따른 실적 개선 여력도 존재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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