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만영 기자] 남대광 블랭크코퍼레이션 대표가 SBI인베스트먼트 등이 제기한 400억원 규모의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에서 최근 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판결에 불복한 남 대표의 항소로 2심 재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과거 남 대표가 구주매출로 얻은 현금으로 구입했던 삼성동 자택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집은 과거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자택의 맞은편 앞집으로 유명하다.
22일 벤처캐피탈(VC)업계에 따르면 SBI인베스트먼트 등이 블랭크코퍼레이션 대주주인 남대광 대표를 상대로 지난 2021년 제기한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은 현재 항소심 재판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의 근원은 7년 전 지분거래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SBI인베스트먼트와 IBK캐피탈, 유니온파트너스 등은 2018년 블랭크코퍼레이션 지분 약 15%를 300억원에 사들였다. 이른바 '마약베개' 등을 미디어마케팅 기법으로 대량으로 팔아 급성장한 블랭크의 기업가치를 높이 평가해 약 2000억원 수준으로 측정한 셈이다.
하지만 이 거래는 블랭크의 향후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이뤄졌다. 투자 당시 계약서에는 회사가 3년 내 기업공개(IPO)를 해야 한다는 조건과 함께 IPO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의 지분을 보장된 가격에 되팔수 있다는 주식매도청구권(풋옵션)이 포함됐다.
회사는 실제로 투자유치 당시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 마약베개와 같은 히트상품이 나오지 못하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결국 약속한 기한 내 상장을 이루지 못했고 이 회사는 IPO를 포기해야 했는데 이후 투자자들의 풋옵션 요구도 받아들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 478억원이던 매출은 2018년 1168억원으로 두 배 이상 급성장했다. 재무적 투자자 유치는 이 당시 실적을 근거로 한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9년 매출은 1074억원으로 꺾였고, 지난해 매출은 777억원으로 역성장을 면치 못했다. 특히 지난해엔 25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해 2019년부터 시작된 적자가 계속 누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남대광 대표는 투자자들이 제기한 풋옵션 권리에도 자금을 반환하지 않자 소송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은 소송을 시작하면서 상당한 자금이 사적으로 유용된 것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투자금 대부분은 남 대표 소유의 보통주와 거래됐다. 남 대표는 2017년 소프트뱅크벤처스 투자 건을 포함해 두 건의 투자 유치로 135억원에 달하는 구주매출을 일으켰다. 하지만 같은 기간 회사로 유입된 자금은 65억원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남 대표는 개인 지분을 팔아 확보한 자금 중 상당액을 삼성동 주택을 구매하는데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8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 83-10에 위치한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의 단독주택을 현금 62억원으로 구매한 것이다. 이 주택은 고급 주택가로 유명한 삼성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뒤쪽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자택과 마주보고 있어 더 유명세를 얻었다. 사업으로 일순간에 부를 일군 이른바 '영리치' 기업가가 국내 최고 재벌 총수의 맞은편 이웃이 됐기 때문이다. 당시 거래는 대지면적과 연면적 각각 288.8㎡, 323.78㎡로 3.3㎡당 7000만 원이 넘는 가격에 이뤄져 지역 내 최고가 수준을 기록했다.
법조계에선 만약 남대광 대표가 2심에서 패소할 경우 400억원 규모의 판결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이 경우 삼성동 자택이 강제압류돼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남 대표가 블랭크코퍼레이션 지분 매각만으로는 판결비용을 부담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2024년말 기준 남 대표의 블랭크코퍼레이션 보유지분은 52.82%로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22년 호텔롯데의 지분 매입 당시 1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 가격을 그대로 적용할 시 남 대표 지분가치는 500억원을 넘어선다. 그러나 구주매매의 경우 통상 20~30%의 할인이 들어가기 때문에 지분 가치는 최소 350억원대로 축소될 수 있다. 다만 20~30% 수준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다면 구주할인이 다소 상쇄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회사 지분을 통매각하는 수순에서 판결비용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회사 경영권을 지키려 한다면 셈법이 복잡해진다. 이 회사의 2대 주주는 호텔롯데로 지분 18.54%를 보유하고 있다. 기존 투자자들의 풋옵션으로 남 대표가 확보하게 되는 회사 지분은 67% 수준이다. 최소한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선 보유 지분의 47% 수준을 매각해야 한다. 이 경우 구주 할인 적용으로 330억~376억원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추가적인 판결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삼성동 저택 등이 매각 대상으로 거론될 수 있다.
성장성 및 수익성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1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 경우 회사 지분과 삼성동 저택이 모두 압류 대상에 포함될 수도 있다. VC업계에선 기존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반환하는 상황에서 이 회사에 대한 투자심리가 단기간에 회복되긴 어렵다는 후문이다. 현금창출력 역시 예전만 못하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이 회사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31억원 수준으로 1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남 대표 보유 지분이 판결 비용에 못미칠 시 삼성동 저택 등 개인자산이 압류대상에 오를 수 있다.
한편 2심 결과로 인한 강제집행을 막기 위해선 상고심이 받아들여져야 하는데 통상적으로 상고심의 경우 대법원이 사실관계나 증거판단을 다시 하지 않기 때문에 법률적 적용에 문제가 있지 않다면 기각될 확률이 높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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