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현호 기자] KB인베스트먼트가 윤법렬 대표 부임 이후 석 달 여 만에 경영 정상화에 나서고 있다. KB금융그룹 계열사인 이 하우스는 첫 구조조정을 이끌던 전임 사장이 임무에 실패했다고 판단해 최근 윤 사장을 새 최고경영자(CEO)로 투입했는데 최근 전문 운용역들에 대한 쇄신 인사를 단행하면서 구조적 개혁에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다.
3일 벤처캐피탈(VC) 업계에 따르면 KB인베스트는 김종필 전 대표가 급격하게 늘리며 다소 부실해질 수 있던 운용자산(AUM)을 정비하고 인적 쇄신에 나서면서 체질을 바꿔가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018년 3월 KB금융지주 경영진이 직접 영입한 인사로 분류된다. 전통의 명가인 한국투자파트너스에서 영입된 김종필 전 대표는 7년 간 하우스의 대표로 직접 AUM을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취임 초 하우스의 전체 AUM은 4000억원 수준에 불과했으나 최고 3조원까지 약 7배 이상 늘린 장본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KB인베스트는 그동안 바이오 분야에 투자를 많이 했으나 관련 산업이 침체기에 빠지면서 지난 2~3년간 하우스 내부에선 연이어 대표가 바뀌었고, 윤법렬 대표는 취임 이후 조직정비에 전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3연임에 성공했던 김 전 대표는 마지막 연임 직후 개인적인 문제로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았고 하우스는 갑작스럽게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그룹 측은 소방수로 지난해 3월 송영석 최고리스크책임자(CRO)를 신임 대표로 선임해 급한 불을 끄려 했다. 그러나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그룹 지주사 측은 결국 지난 3월 말 송 대표의 임기를 1년 남긴 상태에서 윤법렬 KB증권 에쿼티운용 본부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하는 강수를 뒀다. 변호사 출신의 윤 대표는 이후 강력한 조직정비책을 단행했고 주요 보직자들의 관리직 대기발령과 심사역들의 4년 전문계약직 전환이라는 카드까지 꺼내들게 됐다는 후문이다.
벤처캐피탈(VC) 관계자는 "김종필 전 대표 체제에서 KB인베스트는 펀딩이 원활하지 않을 때마다 금융지주 계열사를 통한 이른바 사금고 방식의 차입을 일으켜 운용자산을 늘려왔다"며 "무리한 외형 확장은 윤석열 정부 당시 벤처 침체기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종필 전 대표가 물러난 지난해 3월 AUM은 약 3조원에 달했는데 이중 KB금융 출자금만 1조원 규모로 전해졌다.
지난 4월 취임한 윤법렬 대표는 최근 심사역까지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인적쇄신을 단행했다. KB인베스트는 전례가 없는 계약직 전환을 개혁 방안이라고 설명했으나 업계에선 윤 대표가 내부 기강을 잡기 위한 고육지책을 꺼낸 것으로 풀이했다.
계약직 전환으로 인력 이탈은 현실화했다. 당장 중요 본부장급을 포함한 5명의 키맨들을 관리직으로 발령하면서 이들이 대부분 사직하게 만들었다. 하우스 관계자는 그러나 "사모펀드(PE) 투자본부장과 글로벌투자본부장을 맡았던 김재홍, 유정호 상무가 퇴사했으나 이는 계약직 전환 이전에 결정된 것"이라며 "계약직 전환 이후 퇴사한 인력은 없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은 현재 진행 중이지만 심사역들의 계약직 전환과 연관된 우려는 여전하다. 국내 한 VC 업계 대표는 "출자자(LP)는 출자 사업 운용사(GP)를 선정하거나 투자금을 지원할 때 대표 펀드매니저를 보고 가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펀드 운용 기간이 8~10년인데 계약직 전환으로 대표 펀드매니저가 퇴사하면 LP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출자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과도한 외형 확장과 계약직 전환까지 KB인베스트를 향한 우려 섞인 전망이 제기된다. 그러나 하우스의 공식적인 입장은 선을 긋는 분위기다. KB인베스트 관계자는 "대형 하우스로서 포트폴리오가 500개가 넘고 투자를 클럽딜(공동투자)로 많이 하기에 단기간 내의 구조개혁에는 부담이 뒤따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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