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재윤 기자] 샘표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급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특히 지배구조 부문에서 여러 취약성이 드러나며 미흡한 수준의 평가를 받았다. 글로벌 식품기업 도약을 목표로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낮은 ESG 등급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샘표와 샘표식품은 지난해 ESG 평가에서 모두 C등급(취약)을 받았다. 세부적으로 보면 지주회사 샘표는 사회 부문에서 B+를 기록했지만 환경과 지배구조는 각각 C등급에 머물렀다.
특히 샘표의 매출 99%를 담당하는 샘표식품은 사회부문에서는 B+를 받았으나 환경은 C, 지배구조는 D등급으로 평가받았다. D등급은 매우 취약한 지속가능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체제 개선을 위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특히 샘표의 지배구조 등급이 낮게 평가된 데에는 최소한의 법적 요건만 충족한 이사회 구성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영 감시와 견제를 담당해야 할 이사회가 소수 인원에 머물면서 실질적인 기능 수행이 어렵다는 우려가 등급에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샘표그룹은 2016년 박진선 대표가 경영을 승계한 이후 '최소 이사회'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샘표는 올해 1분기 기준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1명 체제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으며 이는 상법상 요구되는 최소 인원 수준이다.
샘표식품 역시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다. 지난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영진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새로 선임되며 한때 사내이사 수가 3명으로 늘었지만 기존 이생재 사내이사의 임기가 올해 3월 21일 종료되면서 다시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1명 체제로 복귀했다.
더불어 사업보고서상 샘표와 샘표식품 모두 이사회 산하에 감사·보상·ESG·내부거래 등 위원회 설치 내역이 확인되지 않는다. 이사회의 전문성과 독립성, 감시 기능을 보완해야 할 위원회가 운영되지 않는 것은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경영이 전반적으로 미흡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배구조의 취약성은 샘표의 인력 구성에서도 확인된다. 샘표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4050억원을 기록한 지주회사지만 임직원 수는 단 2명에 불과하다. 두 사람은 모두 이사회에 등재된 사내이사로 박진선 대표이사와 오충열 상무이사다. 두 사람은 자회사 샘표식품의 주요 임원직도 겸하고 있어 지주사와 자회사가 사실상 일체화된 구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가 1명뿐인 체제에서는 아무리 전문성이 뛰어나더라도 내부 임원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 속에서 실질적인 견제 역할을 수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샘표처럼 지주사 임직원이 2명에 불과하고 그 전원이 등기임원으로 구성된 사례는 흔치 않다. 이 같은 구조는 경영의 투명성이나 지배구조 측면에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샘표의 낮은 ESG 등급이 글로벌 전략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샘표는 내수 성장 정체를 타개하기 위해 최근 생산기지 신설, 글로벌 제품 개발에 공들이며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ESG 리스크가 부각될 경우 해외 투자자나 파트너사와의 협력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ESG가 단순한 윤리 기준을 넘어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신뢰도를 평가하는 핵심 지표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샘표 관계자는 "ESG등급이 C로 유지된 것은 일부 제도적 미비나 정보공개 수준 등에서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이 반영됐다"며 "특히 지배구조 영역에서 이사회 구성과 운영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아 이에 대해 외부 자문과 사례 분석을 바탕으로 개선 방향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ESG의 모든 영역에서 내실경영 체계를 갖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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