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메리츠캐피탈이 모회사의 도움을 받아 자본 확충에 나선다. 홈플러스 기업회생 개시 등으로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확대로 메리츠증권으로부터 대규모 지원을 받은 데 이어 불과 1년 만에 재차 손을 벌린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자본 수혈에도 불구하고 메리츠캐피탈의 건전성이 개선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홈플러스가 제공한 부동산 담보가 제값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 탓이다. 여기에 홈플러스가 파산을 막기 위해 인가 전 M&A(인수·합병)를 추진하면서 담보권을 실행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손충당금 리스크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리츠캐피탈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발행되는 신주는 보통주 100만주, 발행가액은 주당 5만원이다. 주주배정 방식으로 메리츠금융지주가 메리츠증권을 거쳐 메리츠캐피탈에 출자하는 구조다.
유상증자 이후 메리츠캐피탈의 자기자본은 1조6933억원으로 증가한다. 이는 지난 3월말 기준 자기자본 1조6433억원에 유상증자 500억원을 단순 합산한 값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메리츠캐피탈의 건전성 제고 차원이다.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한 홈플러스에 제공한 여신이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되면서 연체율과 NPL(고정이하여신)비율이 급격히 상승한 탓이다. 앞서 메리츠캐피탈은 메리츠증권, 메리츠화재해상보험과 함께 홈플러스에 1조3000억원 규모의 선순위담보대출을 제공했다. 각 사별 대출액은 ▲메리츠증권 7000억원 ▲메리츠케피탈 3000억원 ▲메리츠화재해상보험 3000억원 등이다.
메리츠캐피탈은 홈플러스에 제공한 담보대출 3000억원 중 2808억원을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했다. 이로 인해 고정이하여신, 즉 부실자산은 지난해 말 2250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6709억원으로 198.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체율은 6.10%포인트 상승한 9.85%, NPL비율은 6.44%포인트 오른 9.69%로 집계됐다. 설립 이후 건전성이 가장 악화된 모습이다.
앞서 메리츠캐피탈은 지난해에도 건전성 악화를 겪으면서 모회사에 손을 벌렸다. 부동산 PF를 공격적으로 취급했던 메리츠캐피탈은 2022년 하반기 이후 부동산 경기 하락의 타격으로 연체자산이 급증했다. 2022년 말 1.80%였던 연체율은 2023년 말 7.92%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NPL비율도 1.14%에서 6.93%로 올랐다. 이에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해 6월 메리츠증권을 통해 메리츠캐피탈에 2000억원 규모의 자본을 수혈했다.
악화된 건전성 탓에 수익성 개선도 더디다. 메리츠캐피탈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271억원으로 집계됐다. 수익성 악화를 겪었던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1.9% 증가했지만 예년 수준(2023년 1분기 590억원)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2021년 2213억원이던 메리츠캐피탈의 순이익은 2022년 2544억원, 2023년 2175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지난해 1348억원을 기록하면서 악화됐다.
메리츠캐피탈은 홈플러스에 제공한 담보대출로 인한 건전성 악화는 일시적 요인으로 언제든 개선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는 메리츠캐피탈을 포함한 메리츠금융그룹에 담보로 제공한 부동산이 매각되면 매각대금을 수령한 날로부터 5영업일 이내에 대출을 상환해야 한다. 메리츠케피탈이 보유한 채권 99%에 해당하는 금액이 선순위에 형성돼 있다. 따라서 일시적으로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돼 있을 뿐 상환을 받는 데 어려움이 없고 즉시 건전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메리츠캐피탈 측 설명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메리츠캐피탈의 건전성 개선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홈플러스에 제공한 담보대출의 회수 시점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거래가 성사되는데 상당 시일이 걸릴 수 있어 건전성 악화 부담은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
또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 중 M&A를 추진한다는 점도 변수다. 메리츠의 담보권 행사 시점이 홈플러스의 인가 전 M&A로 인해 지연되거나 불투명해지면 채권 회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여기에 대출 회수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대손충당금 적립을 최소화했던 만큼 추가로 쌓아야 해 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홈플러스의 M&A 신청서 제출로 회생계획에도 변동성이 커졌고, 특히 부동산 채권의 경우 최근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매각가가 감정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메리츠캐피탈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추가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메리츠캐피탈 관계자는 "홈플러스 관련 채권 외에 악성 채권이 없는 데다 선순위인 만큼 충분히 원리금 회수가 가능하다"며 "또 새 정부의 경기부양정책 등을 계기로 부동산 투자심리가 회복세에 접어들면 기존 PF 채권의 건전성도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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