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박성준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이 올해부터 플랜트전문가가 포함된 사내이사 체제를 구축하는 등 조직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초 대표이사 변경 후 브랜드 정책부터 사업구조까지 대대적인 변화 나선다는 계획이었지만, 2월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제9공구 공사 현장 사고로 다소 시점이 뒤로 밀렸다.
구체적으로 주택사업의 경우 당장의 수주 영업은 일시 중단하고 기수주한 사업장의 관리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대신 신사업으로 꼽히는 데이터센터나 배터리공장 등 산업 건축사업을 확대하고 플랜트 사업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요약하자면 엔지니어링의 정체성에 더욱 집중한다는 것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4월 말 주택과 인프라 사업 수주를 중단한 뒤 조직개선에 나서고 있다.
당초 현대엔지니어링이 3명의 새로운 사내이사로 모두 바꾼 것도 조직문화를 대대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준비와 무관치 않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전까지 대표이사와 재무본부장(CFO), 건축사업본부장 등 주로 3명이 사내이사를 맡아왔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건축사업본부장이 빠지고 플랜트사업본부장이 추가된 3인 체제를 구축했다. 플랜트사업본부장이 사내이사로 추가된 것은 7년만이다.
당시 임기 만료를 앞둔 홍현성 전 대표이사를 제외하곤 김상현 전 재경본부장과 문일현 전 건축사업본부장 모두 임기가 1년 남아있었지만 교체됐다. 조직쇄신을 위해서 완전히 새판을 짜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여기에 현대엔지니어링 수익성 개선 임무를 띄고 기아에서 넘어온 주우정 대표와 박희동 재경본부장이 조직 내부 사정을 단기간에 속속들이 파악하기 쉽지 않은 만큼, 현대엔지니어링에서 잔뼈가 굵은 손명건 전무에게 서포트 역할을 주문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1967년생인 손명건 전무는 현대엔지니어링에서만 30년 이상을 보낸 인물이다. 서울대 농기계학과를 졸업하고 이전 구매실장과 구매사업부장 등을 역임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손명건 전무의 사내이사 선임 배경으로 '플랜트 분야 전문가로 의사결정의 전문성에 기여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핵심 경영진의 변화와 더불어 브랜드 정책부터 사업구조까지 전 부문에 대한 쇄신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연초 타운홀미팅을 통해 주우정 대표가 회사의 기업로고(CI)나 현대건설의 주택브랜드 힐스테이트 등 여러 가지 회사 브랜드 정책에 관해 변화의 필요성을 임직원들에게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정체성에 관한 논의이기도 하다. 특히 엔지니어링이라는 명칭에 맞게 설계 부문에서 경쟁력을 가지자는 의견도 나왔다는 후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새롭게 선임된 사내이사 중 플랜트사업본부장이 포함된 것에 관해 플랜트사업 강화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으나, 포트폴리오의 변화 방향은 주택보단 다양한 신성장 사업 수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주택사업의 경우 신규 수주는 일시 중단하고 기수주 사업장 관리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수주 중단 기한은 정해진 것이 없고, 재정비가 끝나면 다시 수주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플랜트사업본부는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CCUS)과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중점을 둔 수주활동을 펼쳐나가도록 전략을 정했다. 또 건축사업본부도 주택사업보단 데이터센터·배터리공장 등 산업건축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자산관리사업본부는 전기차 충전기 사업 등을 강화하는 등 주택 외 다양한 신사업의 수주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본부별 조직도 일부 변화가 생겼다. 올해 1분기부터는 플랜트영업본부는 원자력과 신재생, 수소 각각 사업팀을 꾸렸지만, 이를 에너지영업팀으로 통합했다. 각 팀에서 맡던 업무를 에너지영업팀으로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건축사업본부도 팀의 전체 수는 변화가 없지만 주택영업팀 중 하나를 주택수주관리팀으로 변경했다. 또한 도시정비영업팀도 도시정비추진팀으로 이름을 바꿨다. 영업활동보단 관리에 더욱 방점을 찍은 조직 개편으로 풀이된다. 자산관리사업본부 산하의 자산영업팀은 자산관리팀으로 바꾸고 관리에 더욱 중점을 두는 모습을 보였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올해 조직개편은 영업과 공사수행 등 각 부문의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단행했으며 실제 지원조직의 변경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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