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이 사내근로복지기금으로 자사주 44만주를 증여한다. 이를 두고 경영권 분쟁설이 제기된 한진칼이 자사주의 의결권을 되살리기 위해 내린 '묘수'라는 시각이 나온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한진칼의 주식 증여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성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이 확고한 지분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산업은행이 한진칼 주식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경영권 분쟁 기대감이 낮아지는 모습이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진칼은 이날부터 오는 8월15일까지 자사주 44만44주(0.66%)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할 계획이다. 증여가액은 664억원 상당이다. 앞서 한진칼은 올해 3월 초 직원 복리 후생을 강화하기 위해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설립했지만, 법인 준비 과정이 다소 지연되면서 최종 설립은 이달 2일 완료됐다.
한진칼이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만큼 자사주 증여가 우호 지분 확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자사주일 때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사내근로기금으로 자사주가 이동하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진칼은 2대주주인 호반그룹이 지속적으로 지분율을 확대하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기준 조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자 지분율(조승연 전 대한항공 부사장 제외)은 19.95%이며, 호반그룹은 18.46%를 들고 있다. 조 회장 측과 호반그룹 간 지분 차이가 1.49%포인트(p)에 불과한 만큼 조금이라도 격차를 벌리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설득력은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다. 조 회장이 든든한 백기사를 두고 있어서다. 예컨대 3대주주인 델타항공(14.9%)은 한진칼 자회사인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JV)를 맺고 있다. 항공업계에서의 JV는 '혈맹 관계'로 표현되는데, 델타항공은 한진칼이 KCGI로부터 경영권 위협이 수면 위로 올라온 2019년 8월부터 주요 주주로 등장했다. 델타항공은 사업적 협력 관계 강화를 투자 목적으로 밝혔지만,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에 지분 투자를 했다는 점에서 명백한 우군으로 분류했다.
4대주주(10.58%)인 산업은행 역시 조 회장과 한 배를 탄 사이다. 산업은행은 한진칼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을 지원했으며, 한진그룹 오너일가와 지분 공동보유계약을 맺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양대 항공사 합병 절차를 관리·감독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지만, 조 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행사를 뒷받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과 델타항공, 산업은행의 한진칼 지분율은 45.43%로 계산된다. 호반그룹과의 실질적인 지분 격차는 26.97%p인 셈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산업은행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해소된 모습이다. 산업은행이 한진칼 투자 목적인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달성하지 못한 만큼 당장 보유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진칼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자사주 처분 승인을 받은 만큼 3개월 이내에 보유 중인 자사주 전량을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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