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우리자산운용이 우리금융지주의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를 통해 운용자산(AUM) 몸집을 불릴 기회를 잡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금융그룹에서 추진하는 비은행 사업 확대 기반도 더욱 탄탄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8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동양생명의 운용자산은 올해 2월 기준 32조6834억원, ABL생명은 16조6208억원이다. 두 회사의 운용자산을 합치면 49조3042억원으로 50조원에 육박한다.
우리금융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한 뒤 두 보험사를 합병할 것으로 점쳐진다. '우리라이프' 등의 상표권을 현재 출원한 상태이기도 하다. 이런 인수 뒤 합병 작업이 끝나면 통합 생명보험사가 운용자산 상당부분을 우리자산운용에 투자일임할 가능성도 높다고 업계에선 보고 있다.
몇몇 국내 보험사가 계열 자산운용사에 운용자산 일부를 이관한 전례도 있다. 자산운용사의 전문성을 토대로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도 전체 운용자산 규모가 클수록 유리한 LDI(부채연계투자)나 OCIO(외부위탁운용관리) 등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대표 사례는 삼성생명과 삼성자산운용이다. 삼성자산운용은 2015년 1월 삼성생명의 일임자산 50조원 규모를 넘겨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자산운용은 국내 최대 규모의 운용자산을 보유한 자산운용사로 발돋움했다.
지금도 삼성자산운용의 전체 운용자산에서 삼성생명의 비중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운용자산은 이달 2일 기준 385조5868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서 투자일임 비중이 45.3%(174조8549억원)에 이른다.
KB자산운용은 2020년 KB손해보험 및 KB생명보험으로부터 22조원, 2021년 말 푸르덴셜생명으로부터 18조원가량의 자산을 넘겨받아 몸집을 불렸다. DB자산운용은 지난해 DB생명보험 및 DB손해보험으로부터 전체 37조원가량의 운용자산 이관을 받았다.
특히 보험사는 주식과 채권 등 유가증권 자산을 자산운용사에 넘겨주는 경향을 보인다. 자산운용사의 주요 투자자산이 유가증권인 만큼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동양생명의 유가증권 운용자산은 올해 2월 기준 25조8840억원, ABL생명은 14조9078억원이다. 단순 합산치만 따져도 40조7918억원에 이른다. 즉 우리자산운용이 앞으로 최대 40조원 규모의 운용자산 투자일임을 받을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우리자산운용의 운용자산은 2일 기준 53조7725억원으로 국내 자산운용업계 10위 수준이다. 만약 동양생명과 ABL생명으로부터 유가증권 운용자산을 전부 이관받는다면 우리자산운용의 운용자산은 93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이 예상치는 국내 자산운용업계 운용자산 6위인 한국투자신탁운용(78조7619억원)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우리자산운용이 통합 보험사의 유가증권 운용자산 일부만 넘겨받더라도 DB자산운용(59조5412악원)이나 키움투자자산운용(59조7392억원) 등을 넘어설 수 있다.
우리자산운용이 몸집을 불리면 우리금융그룹에서 추진 중인 비은행부문 사업 강화 전략에도 탄력이 더욱 붙게 된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국내 은행 중심 금융그룹을 통틀어 증권과 보험 계열사가 없는 유일한 곳이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산운용사는 증권사를 유통 플랫폼 삼아 개발 및 운용하는 펀드 상품을 판매하고 보험사의 운용자산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등 비은행 사업에서 '알짜' 시너지를 내기 좋은 계열사"라며 "우리자산운용도 퇴직연금 등의 사업 추진에 있어 다른 계열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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