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하나증권은 하나금융그룹 비은행 부문의 최전선에 서 있는 곳으로 꼽힌다. 가장 몸집이 큰 비은행 계열사이고 실적 개선세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대치를 맞추려면 여전히 수익 확대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10일 하나금융지주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2024년 지배주주 지분 연결기준 순이익 225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하나금융지주 전체 연결기준 순이익의 6%를 차지한다. 하나금융지주 아래 비은행 계열사 중 순이익 비중이 가장 크다.
하나증권은 2023년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충당금 적립 및 자산평가손실이 반영되면서 지배주주 지분 연결기준 순손실 2924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2022년 지배주주 지분 연결기준 순이익 1260억원으로 하나캐피탈(2983억원) 및 하나카드(1920억원)에 뒤처졌다.
하나증권의 자본 규모는 2024년 3분기 말 5조9456억원으로 하나카드(2조4599억원) 및 하나캐피탈(2조5172억원)보다 몸집이 훨씬 크다. 그런데도 수익성 측면에서 한동안 힘을 못 썼는데 2024년 일정 부분 제 몫을 했다는 평가다.
WM(자산관리)과 IB(투자은행), S&T(세일즈앤트레이딩) 등 여러 사업부문 수익이 고르게 늘어난 것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가 2023년 1월 취임 이후 부동산 PF에 치우쳤던 수익구조 다변화에 힘쓴 성과로 풀이된다.
다만 그동안 하나금융지주가 들인 노력에 비해 하나증권의 수익성이 여전히 아쉽다는 지적이다. 이를 고려하면 강 대표와 하나증권이 가야 할 길이 아직 많이 남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나금융지주는 비은행 계열사 이익 비중을 끌어올리는데 오랫동안 공을 들였다. 한 사례로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현직 시절인 2018년 1월 신년사에서 "하나금융은 그룹 안팎으로 협업을 더욱 확대하고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하나금융지주는 2025년까지 전체 순이익의 25%를 비은행 계열사에서 거두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한 2022년 3월 이후에도 비은행부문 강화 기조는 계속됐다. 함 회장은 취임사에서 "비은행 사업부문의 인수합병 및 그룹 계열사의 기업금융 협업을 강화해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사업영역 확장과 더불어 비은행부문 동반 진출을 통해 수익 기반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
일련의 과정 속에서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증권에 상당한 투자를 진행했다. 하나증권은 2018~2022년 사이에 2조7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했다. 2023년 1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는데 하나금융지주가 이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하나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국내 증권업계 7위까지 커졌다.
그럼에도 하나금융지주는 다른 금융지주사에 비해 비은행 계열사의 이익 비중이 여전히 낮은 편이다. 하나금융지주 비은행 계열사의 이익 비중은 2024년 연결기준 전체 순이익의 15.7%로 집계돼 경쟁사 신한금융지주(27.8%) 및 KB금융지주(36%)를 밑돈다.
이는 주력 계열사인 하나증권의 순이익 규모가 경쟁사 대비 작기 때문이다. 신한투자증권의 2024년 지배주주 지분 연결기준 순이익은 2458억원, KB증권은 3896억원으로 하나증권(2251억원)을 모두 앞선다.
물론 2024년 3분기 연결 자기자본 기준으로 하나증권(5조9456억원)은 KB증권(6조8249억원)보다 몸집이 작다. 다만 신한투자증권(5조5633억원)보다는 자기자본 규모가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익성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강재신 하나금융지주 CRO(최고위험관리책임자)도 4일 실적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하나은행보다 하나금융지주의 RORWA(위험가중이익률)가 약 30bp(1bp=0.01%포인트) 정도 낮은 원인은 하나증권과 하나저축은행 등의 수익이 낮아 계획한 RORWA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RORWA는 ROW(위험가중자산) 대비 수익률을 나타내는 지표로 이것이 높을수록 위험에 비해 많은 수익을 냈다는 뜻이다. 강 CRO의 발언은 하나증권의 수익성이 이전보다 개선됐지만 목표치에 아직 이르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나증권은 2025년 주식위탁매매(브로커리지)와 WM을 비롯한 리테일(개인고객) 사업을 강화해 수익성을 확충할 계획이다. 먼저 주식위탁매매 부문에서는 2025년 초 개인고객을 겨냥한 투자 커뮤니티 '두부분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2024년 말 조직개편에서 조직 협업 및 영업 사령탑인 WM혁신본부를 '실'에서 '본부'로 격상하기도 했다. PWM영업본부 조직을 재편해 조액자산가 대상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도 세웠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WM부문에서는 조직 중심 영업문화와 손님 중심 자산관리 구축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넓히겠다"며 "디지털사업단을 통해 AI(인공지능)‧디지털 자산 등의 경쟁력 강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연금영업 확대를 위한 연금영업실 신설 등도 진행했다"고 말했다.
하나증권은 초대형 IB 인가도 기대하고 있다. 초대형 IB로 지정된 증권사는 자기자본 2배 한도까지 단기어음을 발행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증권사는 더욱 많은 자금을 조달해 사업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초대형 IB 신청 자격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증권사에게 주어지는데 하나증권은 2023년 이를 신청했다. 금융위원회가 2025년 1분기 안에 초대형 IB를 포함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개편안을 내놓은 뒤 하나증권에 대한 초대형 IB 심사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