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삼성물산은 한남4구역 재개발 관련 공사기간 준수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공사이행확약서'를 조합에 제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현대건설에 비해 공사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는 점에서 시공사 선정에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삼성물산은 '정직'을 모토로 조합과 신뢰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다. 조합에 제시한 공사기간도 과거 준공 사업장 소요기간을 고려하면 오히려 더욱 보수적으로 설정했다는 시각도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최근 2년간 준공한 도시정비 사업장 4곳의 평균 공사기간(철거기간 제외)은 약 43개월로 집계됐다. 최근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제안에서 제시한 공사기간이 57개월로, 철거기간 9개월을 제외하면 실 공사기간은 48개월인 셈이다. 과거 준공한 평균 공사기간을 감안하면 한남4구역 조합에 제시한 기간이 충분히 납득 가능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많은 시공사들이 초기 도시정비 사업 수주 시 제시한 공사기간을 지키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물산은 철저한 공시기간 준수로 신뢰의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12월 한남4구역 조합에 책임준공확약에 준하는 공사이행확약서를 제출했다. 공사이행확약서에는 삼성물산이 공사를 중단하거나 지연하지 않고 준공기한까지 공사를 완료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최근 2년간 준공을 했던 사업장이 평균 43개월 안에 공사를 마친 만큼 한남4구역에 제시한 공사기간(48개월)을 충분히 준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섰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 2023년부터 올해 초까지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시공을 맡아 준공까지 마친 사업장은 총 4곳이다. ▲래미안 라그란데(서울 동대문구 이문1구역) ▲래미안 포레스티지(부산 동래구 온천4구역) ▲래미안 원펜타스(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 ▲래미안 원베일리(서울 서초구 반포2동) 등이다.
해당 사업장들은 '건설 침체기'인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원자잿값‧인건비 급등으로 공사비가 크게 인상되면서 건설업계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시기와 맞물린다. 이에 공사비 증액을 두고 조합과 갈등을 빚으면서 공사가 지연되는 사태가 빈번했다. 강동구 둔촌 주공 사업장이 대표적이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도 삼성물산은 평균 43개월의 공사 기간을 기록하며 예정된 준공을 완료했다. ▲래미안 라그란데(서울 동대문구 이문1구역)은 지난 2021년 8월 착공하고 2024년 10월 준공했다. 공사기간은 휘경 뉴타운의 6곳의 아파트 단지 중 가장 짧았다.
▲래미안 포레스티지의 경우에도 2021년 4월 착공에 들어가 2024년 9월에 공사를 마쳤다. 레미안 원펜타스는 2020년 11월 착공해 2024년 8월 준공했다. 국내 최고가 아파트단지로 알려진 레미안 원베일리의 경우도 2020년 4월부터 2023년 8월까지 공사했으며, 주변 단지는 아직도 공사 중이다.
해당 사업장들도 공사비 증액으로 조합과 시공사 간의 조율 과정을 겪기도 했지만 삼성물산은 공사 중단 또는 지연 없이 순조롭게 공사를 마무리했다. 이 같은 공사 순항의 배경은 삼성물산의 주택 사업장이 다른 건설사에 비해 현저히 적다는 점에 있었다. 삼성물산이 주택 사업장을 비교적 적게 보유하고 있어 진행 중인 공사를 책임질 여력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삼성물산은 국내 건설사 중 분양 주택 사업 수가 가장 적다. 시공능력평가순위 1위를 10년 넘게 유지하고 있지만, 삼성물산의 주택사업 비중은 작은 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주택사업 수주 총액은 6조6065억원으로, 전체 사업의 약 7%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의 분양 사업장 수도 다른 건설사에 비해 적은 편이다. 삼성물산이 최근 5년간 분양한 주택사업장은 총 13곳으로, 10대 건설사 가운데 가장 적다. 10대 건설사의 분양 사업장 수는 평균 47곳이다.
삼성물산은 주택사업 수를 관리해 나가면서 기수주한 주택사업을 차질 없이 마무리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든든한 자본력이 뒷받침 되서 가능한 전략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물산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조4628억원이며, 부채비율은 62% 정도로 업계에서 가장 양호한 수준이다.
한남4구역 조합은 시공사가 두 곳으로 좁혀지기 전인 사업 초기에 공사기한을 준수하겠다는 '책임준공확약서'를 요구했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시공사가 일방적으로 공사를 중단하거나 지연시키는 사례가 발생한 데 따른 조치였다. 삼성물산은 조합의 추후 책임준공확약' 조건 삭제에도 사업기간을 반드시 준수하겠다는 '공사이행확약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삼성물산이 '공사이행확약'에서 제시한 공사기간은 착공을 기준으로 48개월이다. 또 삼성물산은 공사의 지체일수 마다 총 계약금의 0.001%를 보상금으로 지불한다고도 약속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사업을 무리하게 수주하면서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보다는 기수주한 사업장의 완벽한 마무리에 주력하고 있다"며 "조합원들에게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드 이미지 등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