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국내 정치 상황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짐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면밀히 짜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상대편의 니즈 등을 파악해 협상력을 높히는 카드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민 법무법인 지평 경영컨설팅센터 BI그룹장은 11일 딜사이트가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트럼프 시대, 경영 환경 변화와 우리의 대응 전략'을 주제로 개최한 '2025 경제전망 포럼'에 참석해 "트럼프 2.0 시대는 우리에게 위협일 수 있지만 기회 요인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기존 통상의 틀을 뛰어넘는 현안 연결과 협상카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재당선으로 관세 인상과 미·중 2차 무역전쟁 가능성이 불가피한 형국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우선주의를 기반에 둔 보호무역 정책을 펼치는 만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민 그룹장은 '트럼프 2.0시대, 수출 환경 변화와 한국 경제의 영향'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트럼프 1기에 미·중 무역 분쟁으로 글로벌 교역량과 산업 생산의 위축을 경험했다"며 "공고해진 미국 우선주의와 강력해진 보호무역주의를 기반으로 한 트럼프 2기 시대의 세계 경제는 위축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은 통화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세계 주요 국가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에 맞서 보복 관세를 부과하거나 인위적인 자국 통화가치 절하로 관세 인상 충격을 완화하면서 관세 전쟁과 환율 전쟁이 동시에 일어날 전망이라는 것이다.
정민 그룹장은 "미국이 중국 외에 다른 여타 국가들까지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보복 관세를 하거나 아니면 자국 통화 가치절하를 통해 방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이런 통상 환경 자체는 관세 전쟁에 더해 환율 전쟁까지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 경제에도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최근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미국의 통상 압력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 미국, 대 중국의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관세 인상과 미·중 갈등으로 발생하는 수출 경쟁력 저하 악영향이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 시기인 2021∼2023년 미국의 연평균 대 한국 무역수지 적자는 458억달러(한화 약 65조원) 수준이다. 2023년 511억달러(약 73조원)까지 급증했다. 반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2021년 227억달러(약 32조원), 2022년 280억달러(40조원), 지난해 역대 최대인 444억달러(약 63조원)를 기록했다.
정민 그룹장은 "트럼프 당선과 공화당 압승에 따라 한국경제 성장률과 수출 증가율은 트럼프 재임기간 연평균 -0.32%p, -1.68%p 하락 압력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자동차, 반도체, 이차전지, 철강 등 4개 업종은 비우호적, 정유업과 화학산업은 우호적인 사업 환경을 맞이할 전망이다.
트럼프 2.0 시대와 미중 갈등 심화가 위협일 수 있지만 기회 요인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반사이익 기회도 공존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세계화가 종료된 후 글로벌 공급망 투자가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중국의 빈자리를 한국이 대체하며 반사이익을 얻었었다"고 말했다.
향후 대미 리스크 축소와 반사이익 기회를 위해 선제적인 협상카드 마련과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 펀드멘탈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민 그룹장은 "미국이 필요한 니즈 파악이나 무역적자 축소 방안 같은 것들을 다른 산업과 연계시켜 미리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해야 한다"며 "내년부터는 사업 환경이 급변하기 때문에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정치적으로도 불안정한 상황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같은 지표들이 기존의 예측치보다 더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펀더멘탈을 강화하는 조치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