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에서는 경내에 진입하려는 인원들과 출입을 통제하는 경찰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국회 후문을 통해 무장한 공수부대 등 군인들이 국회 경내로 진입을 시도하면서 현재 국회 직원과 보좌진들이 군 진입을 막으며 대치하고 있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이날 오후 10시 23분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여야 상관없이 국회의원들을 비롯해 보좌진과 각 당 당직자는 모두 국회로 향했다. 오후 10시 50분 경찰들이 속속 도착해 국회 정문을 두 줄로 에워쌌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보좌진 등 국회 직원들은 비상계엄이 내려진 직후 국회에 들어가기 위해 정문에서 경찰과 대치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비상의원총회를 개최하니 의원들은 지금 즉시 국회 예결위회의장으로 모여주길 바란다"며 당 소속 의원들에게 공지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의원들은 지금 즉시 국회 본청으로 모여주길 바란다"고 통보했다.
오후 11시쯤 국회 주변에 경찰 등이 모여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하자 '본회의를 열지 못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일부 인원이 국회 담장을 뛰어넘으려고 하자 경찰이 따라 들어가 그를 잡으러 달려가기도 하고 몸으로만 방패막이를 세우던 경찰이 정문까지 완전히 폐쇄하려고 하자 직원 등과 실랑이를 벌였다.
오후 11시 15분경 보좌진으로 보이는 인원과 경찰들이 서로 밀치며 몸싸움을 벌였다. 국회 정문이 막히자 비상문으로 들어가려는 인원들도 경찰이 입구를 막으면서 욕설이 오고 가는 등 싸움이 커졌다. 이후 국회 차 진입로 우측 작은 문이 열리면서 출입증을 패용한 사람은 출입할 수 있도록 방침을 변경했다. 오후 11시 50분께 국회 상공에는 헬기 8대가 떠다녔다.
자정이 넘어가자 국회 앞에 시민들이 1000여명이 모이면서 국회 앞 도로에 차가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국회 내부에는 사무처 직원과 보좌진, 출입증을 가진 기자만 출입이 가능해 일부 시민과 유튜버들이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군인과 일부 사복을 입은 경찰들이 국회 진입을 막는 과정에서 고성과 몸싸움이 발생하기도 했다. 오후 12시 40분 이후에는 정문이 완전히 봉쇄되면서 기자들의 출입도 막혔다. 계엄군들이 국회 진입을 시도하자 국회 보좌진 등이 소화기를 뿌리며 격렬히 저항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문 열어", "계엄 해제" 등의 구호가 이어지는 한편, 고성과 비명이 오가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졌다. 국회 주변에는 '대한민국 육군'이라고 적힌 차량과 군인들이 배치됐으며, 이에 시민들은 스크럼을 짜고 "국회를 시민에게 개방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맞섰다. 국회 경비대와 영등포 경찰서는 국회 담장을 따라 배치됐으며, 경찰 버스와 바리케이드를 이용해 출입을 통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직후 의원들을 급히 국회로 소집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도 기자들이 계엄령 선포를 알고 있었느냐고 물어도 "모른다"는 말만 반복했다. 대부분 의원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의원총회장으로 모였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라이브 방송에서 "국민 여러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국회는 헌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 조치하겠다"면서 "국민 여러분은 국회를 믿고 차분하게 상황을 주시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어 "모든 국회의원은 지금 즉시 국회 본회의장으로 모여주시기 바란다"면서 "특별히 군경은 동요하지 말고 자리를 지켜줄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는 즉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다"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라는 메시지를 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역시 "지금의 비상계엄 선포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비정상적 폭력이다"라며 "국민과 함께 대한민국을 반드시 지켜내겠다"라고 SNS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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