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HL D&I(디앤아이)한라가 펀드와 지분 투자로 쏠쏠한 가외 수익을 올리고 있다. 건설경기 불황에 지속하면서 비건설분야로까지 투자 영역을 넓히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모습이다.
28일 HL D&I한라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누적 기준 관계기업 지분증권 투자손익은 1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51억원)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관계기업 지분증권 투자손익은 20~50%의 지분을 가진 관계기업의 순이익을 합산한 항목이다.
HL D&I한라의 관계기업은 ▲케이리얼티임대주택제1호 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22.71%) ▲엠플러스전문투자형 사모부동산투자신탁25호(25%) ▲옐로씨에스오엘성장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44.25%) ▲케이씨더블유(25%) 등 4곳이다.
관계기업 4곳 중 3곳이 비건설업 분야를 영위하는 기업으로, 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사들였다. 최근 건설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본업인 건설업에서 수익 창출이 쉽지 않자 지분 투자를 통한 수익다각화에 나선 것이다.
◆ 최근 5년간 신규 지분투자 6곳 중 5곳 비건설분야…실적 개선세
HL D&I한라는 건설경기 침체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내년까지 비(非)건설의 수익 비중을 30%까지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근 5년간 투자대상 6곳에 올해 11월 기준 423억원을 투자했고, 이중 5곳이 비건설업 분야다.
투자대상은 ▲옐로씨에스오엘성장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보유지분 44.25%) ▲디에스피이알파사모투자 합자회사(7.1%) ▲한국리얼에셋 개발시드3호(7.14%) 등 펀드 3곳과 ▲켐스필드코리아(33.5%) ▲에어레인(4.0%) ▲신한벽지(케이씨더블유)(25%) 등이다. 이중 한국리얼에셋 개발시드3호만 건설·부동산 관련 투자기업이다.
HL D&I한라는 알짜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를 통해 수익과 배당금을 수취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생활용품 제조기업 켐스필드코리아의 지분 취득을 위해 옐로씨에스오엘성장제1호 사모펀드에 50억원을 출자했다. 이와 별도로 지난해 켐스필드코리아에 직접 10억5000만원을 투자했다. 켐스필드코리아는 지난해 26억원 순손실로 전년(105억원 순손실)에 비해 적자 폭이 크게 줄며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디에스피이알파사모투자는 미국의 소형 모듈 원자로(SMR) 제작·판매기업인 뉴스케일파워의 PIPE 투자 및 주식 취득을 위한 펀드다. 2022년 뉴스케일파워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외형을 크게 확장했다. HL D&I한라는 디에스피이알파사모투자에 50억원을 투자했고, 현재 지분 가치는 약 1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리얼에셋 개발시드3호는 부동산 및 오피스 투자 펀드로, 지난해 50억원을 투자했다. 아직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HL D&I한라는 기체분리막 전문기업인 에어레인에 2020년 30억원, 2021년 10억원 총 4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보유지분의 절반을 50억원에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했다. 에어레인은 지난해 순이익이 15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6% 늘었다. 여기에 이달 코스닥 상장까지 성공한 만큼 기업가치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HL D&I한라는 2022년 신한벽지 인수를 위한 특수목적기업(SPC)인 케이씨더블유에 100억원을 출자했다. 올해 5월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43억7500만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신한벽지는 KCC그룹으로의 편입 이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2022년 약 61억원, 지난해 64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배당금도 증가세로 지난해 신한벽지 배당금 수익으로만 4억원 상당을 거둬들였다.
◆ 한라엔컴 68억원 매각이익…현금 유동성 확보
HL D&I한라는 현금이 필요할 때에는 보유 지분을 매각해 현금 유동화에 나서고 있다. 올해 8월 레미콘 제조·판매업체인 한라엔컴 보유지분 15%를 190억원에 매각해 68억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HL D&I한라는 2012년 말 무상증여를 통해 한라그룹으로부터 한라엔컴의 지분 100%를 넘겨받았다.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페레그린 와이제이에이 제1호 유한회사가 2018년 9월 HL D&I한라로부터 약 85%의 한라엔컴 지분을 샀다. 이번에 HL D&I한라가 보유한 한라엔컴 잔여지분 15%를 매각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에는 한라엔컴으로부터 약 21억원의 배당금을 수취했다.
HL D&I한라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우량기업 지분 및 펀드 투자를 통해 신성장동력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며 "투자 성과를 기반으로 앞으로도 미래 먹거리 발굴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