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양대 기둥인 현대차와 기아가 거침없는 실적 성장을 이어가며 100조원에 육박하는 이익잉여금을 쌓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회사가 축적한 잉여금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 재원으로 쓰일 뿐 아니라 강력한 주주환원 실탄이 될 전망이다.
◆ 3Q 말 잉여금 현대차 61.2조·기아 32.2조…전년 比 12%↑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 3분기 말 별도기준 이익잉여금이 61조1922억원으로, 지난해 말(56조4255억원)과 비교할 때 8.4% 증가했다. 단순 계산으로 현대차는 올 들어 매 분기마다 평균 1조6000억원의 잉여금을 적립 중인 것이다.
이익잉여금은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번 순이익 가운데 배당하고 남은 돈을 뜻한다. 재무제표상 자본 항목으로 계상되는데, 사내에 유보한 현금이 많을수록 재무건전성과 미래 성장여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부적으로 이익잉여금은 ▲법정적립금 ▲임의적립금 ▲미처분이익잉여금으로 구분된다. 법정적립금은 추후 자본 결손을 보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상법에 따라 강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특정 목적에 맞춰 쌓아두는 유보금인 임의적립금은 미래 설비 투자나 연구개발(R&D) 비용 등에 활용한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은 전년도에 사용하지 않아 이월한 잉여금과 순이익에서 법정적립금, 임의적립금을 제외하고 남은 이익의 총합으로 통상 배당 재원이 된다.
현대차는 올 3분기 말 ▲법정적립금 7448억원 ▲임의적립금 53조4667억원 ▲미처분이익잉여금 6조9807억원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법정적립금은 자본금의 50% 한도만 채우면 더 이상 쌓지 않아도 된다.
현대차의 경우 납입자본이 1조4890억원이며, 2017년 자본금의 50%(7445억원)을 상회하는 7448억원을 달성한 이후 적립을 멈춘 상태다. 임의적립금은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했으며, 미처분이익잉여금은 21.9% 확대됐다.
같은 기간 기아의 이익잉여금은 14% 늘어난 32조2268억원을 기록했다. 기아는 현대차와 달리 잉여금 항목별 구체적인 금액은 사업보고서에만 게재하지만 ▲법정적립금 9160억원 ▲법정적립금 약 22조원 ▲미처분이익잉여금 약 9조원을 형성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예컨대 기아는 아직 자본금(2조1393억원)의 50%를 채우지 못한 만큼 지난해 결산 배당금의 10% 수준인 2194억원을 법정적립금에 추가했을 것으로 계산된다. 임의적립금은 최근 5년간 이 회사의 평균 증가율(4.3%)을 대입한 결과값이며, 미처분이익잉여금은 법정적립금과 임의적립금 예상액을 제외한 금액이다.
◆ 공격적 미래 투자·강력한 주주환원…잉여금 꺼내 쓸 수 있어
현대차·기아의 합산 이익잉여금이 93조4190억원을 기록한 만큼 미래 투자 재원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앞서 현대차는 올 8월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오는 2033년까지 총 120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항목별로는 ▲R&D 54조5000억원 ▲자본적지출(CAPEX) 51조6000억원 ▲전략투자 14조4000억원이다. 기아는 연초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밝혔는데, 2028년까지 미래기술 적시 투자를 통한 신규 사업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약 38조원을 투입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대차·기아가 해당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매년 지출해야 하는 투자비는 각각 12조원, 7조6000억원 상당이다. 하지만 보유 현금만으로는 투자 목표치를 채우기는 다소 부족하다. 실제로 현대차가 당장 가용할 수 있는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8조3561억원이며, 기아는 8조5434억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더해 현대차·기아가 전례없는 고강도 주주환원에 나선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현대차는 처음으로 총주주환원율(TSR, 배당+자사주매입·소각액/순이익) 개념을 도입하며 해당 비율을 35% 이상으로 가져간다고 공포했다. 지난해 말 결산기준 현대차의 총주주환원율이 약 27%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8%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기아는 늦어도 12월 중으로 밸류업 정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기아가 현대차 기조에 맞춰 TSR 목표 상향과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 구체화 등 공격적인 주주가치 제고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이 회사의 TSR은 31%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기아의 주주환원책 강화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인도 기업공개(IPO) 성공에 따른 추가 주주환원책을 연내 발표할 예정"이라며 "중장기 계획에서 밝힌 자사주 매입과 소각도 조만간 진행하는 만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확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기아는 TSR 35%로 상향할 전망"이라며 "배당수익률 6%와 주가수익비율(PER) 3.9배는 리스크보다 리워드가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차·기아는 부족한 배당 재원을 임의적립금에서 충당할 수 있다. 임의적립금은 법률 규정을 따르지 않고 회사가 자의적으로 축적한 만큼 사용 목적을 바꾸는 과정도 비교적 수월하다. 현대차·기아는 주주총회를 거쳐 임의적립금의 사용처를 주주환원으로 전환하면 된다. 양사는 지난해 배당총액으로 각각 3조원, 2조2188억원을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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