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광석 기자] 안국약품 최대주주인 어진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복귀한다. 불법 임상시험을 진행했다는 혐의로 옥살이를 마친 지 한 달여 만이다. 시장에서는 아버지인 안국약품 창업주 고 어준선 명예회장으로 물려받은 지분에 대한 상속세 감면 목적이 클 것으로 관측 중이다. 

안국약품은 기존 원덕권 대표에서 어진, 원덕권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한다고 12일 공시했다. 어 부회장이 회사 사령탑에 앉은 건 2022년 대표직 사임 후 2년여 만이다. 어 부 회장은 안국약품 창업주 고 어준선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앞서 어 부회장은 2016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승인 없이 연구소 직원 16명에게 개발 중인 고혈압약을 투약하고 2017년에도 직원 12명에게 항혈전응고제를 투여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또 실패한 임상 결과를 임의로 변경해 식약처에 제출했다는 의혹을 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올해 2월 어 부회장에게 징역 8개월 형을 확정했으며 지난달 그는 서울 남부구치소를 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 부회장은 이 같은 사법리스크로 2022년 사내이사와 대표직을 모두 사임했다. 하지만 그는 2023년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경영에 복귀했다. 어 부회장은 2022년 어준선 명예회장이 별세한 이후 지분 20.53%를 상속받으며 현재 회사의 최대주주(43.22%)다. 

시장에서는 어 부회장의 이번 대표 복귀 배경을 상속세 감면 목적으로 관측하고 있다. 어 부회장이 부친으로부터 상속받은 지분의 가치는 당시 종가 기준 260억원 수준이다. 상속세 최고세율 50%에 최대주주 할증(10%)이 더해 질 경우 어 부회장이 부담해야 하는 세금은 160억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다만 어 부회장이 상속받은 지분은 가업상속공제가 적용된다. 가업상속공제는 피상속인이 생전에 10년 이상 영위한 중소기업 등을 상속인에게 정상적으로 승계한 경우에 최대 600억원까지 상속공제를 해 가업승계에 따른 상속세 부담을 경감시켜 주는 제도다. 

가업상속공제는 신고기한부터 2년 이내 대표로 취임했을 때 적용된다. 어 부회장의 경우 신고기한은 2023년 2월로 오는 2025년 2월 전에 대표직으로 올라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그가 출소 한 달여 만에 서둘러 대표직에 복귀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어 부회장의 대표 취임 이후에도 사법리스크가 여전히 상존한다는 점이다. 불법 리베이트 혐의에 대한 법원 판단이 아직 남았기 때문이다. 현재 그는 의사 80여명에게 약 90억원 규모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2019년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한편 안국약품에 어 부회장의 대표 선임 배경 등에 대해 질의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