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하병연 수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비료 연구에만 거의 30년의 시간을 쏟은 비료 전문가다. 2020년 7월 수인의 설립과 함께 회사에 합류한 그는 오랜 시간 꿈꾸고 강조했던 '완효성(緩效性) 비료'의 공급 확대를 실현하게 됐다.
지난 11일 전라남도 순천의 수인 본사에서 만난 하 CTO는 지금이 국내 비료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ESG와 RE100 등 탄소중립 기조가 농업까지 확산하며 완효성 비료의 중요성이 재조명 받기 시작한 지금이야말로 정체돼 있는 국내 비료산업을 중흥시킬 적기라는 것이다.
하 CTO는 "국내 비료산업은 여러 현실적인 조건과 규제의 테두리 안에 머물며 오랫동안 정체돼 있다"며 "수인이 앞으로 추진할 국산 완효성 비료의 글로벌 진출로 국내 비료 연구가 보다 활발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1969년생으로 1988년 경상대학교 응용화학공학과 학사를 시작으로 동 대학 환경보전학과 석사, 응용생명과학부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석사 학위를 얻은 1999년에 남해화학 비료개발 차장으로 입사해 2010년까지 11년 동안 남해화학 비료 연구를 총괄해왔다. 이후엔 다양한 회사의 R&D 및 경영 자문을 맡아오다 김수용 수인 대표를 만나 회사를 공동창업하게 됐다.
하 CTO가 10년 넘게 몸담은 남해화학은 국내 최대 비료 생산기업으로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농협경제지주가 지분 58.0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연간 비료 생산량만 100만톤이 넘고 이 부문 매출액만 4000억~9000억원에 이른다. 생산 능력과 판매량, 국내 시장점유율 어느 방면에서나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연간 연결 매출액만 최대 2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안정된 회사지만 큰 조직의 특성 상 혁신적인 연구성과가 나오더라도 기존의 사업모델을 획기적으로 뜯어고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수인의 일원으로 합류하며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통해 사업적 결실을 맺길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병연 CTO가 자랑하는 수인의 기술력은 작물에 필요한 만큼의 영양분을 필요한 기간에 공급하는 고분자 폴리머 코팅 기술이 핵심이다. 그는 "현재도 코팅막 두께에 따른 비료의 분해 속도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 중"이라며 "원하는 기간 동안 균일한 영양분을 작물에 공급하며 실제로 작물의 수확량과 품질이 기존 속효성 비료 대비 개선되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오랜 시간 연구해 상업화 중인 폴리머 코팅은 작물의 생애주기에 따라 필요한 영양분을 단 한 번의 비료 투입으로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하 CTO는 "작물이 한창 몸집을 키우고 성장하는 시기엔 단백질성 비료에 해당하는 질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시기엔 칼륨과 인이 필요해진다"며 "학계에서 비료 성분에 대한 연구는 거의 종결 단계에 이르렀지만 품종과 토양에 따른 성분 배합의 노하우가 비료의 효능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연구 성과와 분석데이터를 완효성 비료 기술력에 적용해 영양분과 더불어 투입 시기까지 조절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 CTO의 장기적 목표는 수인이 그리는 청사진의 연장선에 있다. 동남아시아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수인이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이후 국내 비료 시장이 완효성 비료에 주목하면서 비료 산업의 중흥으로 이어지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그는 "식량 재배 기술은 국가 안보 측면에서도 항상 발전시켜야 하는 분야"라며 "수인의 성공으로 국내 농업이 재조명받고 연구가 촉진되는 미래가 빠르게 다가오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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