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미국 47대 대통령 선거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로 마무리된 가운데 생명보험사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생명보험사의 경우 기본적으로 금리에 민감한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물론 향방도 점치기가 한층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당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상정했던 것과 비교해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 인상과 감세, 이민자 유입 축소 등 인플레이션 상승을 부추기는 공약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유세 기간에 여러 차례 연준 개입 의지를 밝힌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더하는 요인이다.
연준은 7일(현지시간) 이틀간 진행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당장은 시장의 관측에 부합한 결과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을 의식해 연준이 조만간 금리 인하 궤도를 수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생명보험사의 경우 보험상품 판매, 자산운용, 건전성 관리 등 측면에서 금리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기준금리 향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지난해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부채도 시가로 평가하게 되면서 금리 민감도가 더욱 커졌다.
당초 9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본격 금리 인하 사이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됐으나 상황이 바뀌면서 생명보험사의 대응 전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부 생명보험사는 우선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분위기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신계약, 자산운용 등 분야별로 금리 영향, 전략 변화 등을 생각해야 한다"며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결과를 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생명보험사에는 긍정적 측면이 크다고 보는 의견도 업계 일각에서 나온다. 기준금리 인하 흐름 가운데서도 채권 금리는 중장기적으로 상승할 여지가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생명보험사의 운용자산 수익률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보험 계약자에게 받은 보험료를 바탕으로 운용 수익을 내는 생명보험사는 대체로 채권 투자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는 이날 낸 '미국 대선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중장기적으로 대규모 감세 정책에 따른 채권 수급 부담과 보편 관세 부과에 따른 물가 상승 등의 요인은 시장 금리 상승과 강달러 현상을 자극할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금리가 미치는 영향을 딱 잘라 말하기 어렵지만 보통 생명보험사에는 저금리보다 고금리 환경이 유리하다고 여겨진다. 일단 자산운용 수익을 내기가 좋고 건전성 관리도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생명보험사는 손해보험사와 비교해 판매하는 상품의 만기가 길기 때문에 부채 듀레이션이 자산 듀레이션보다 길다. 이 때문에 금리가 내려가면 부채가 자산보다 더 늘어나면서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 듀레이션은 투자금의 평균 회수기간을 뜻한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