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신세계그룹이 올해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일부 계열사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단행했다. 올해 '신상필벌' 원칙 아래 수시인사가 이뤄졌던 만큼 인사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 예상을 뒤엎은 결과다. 시장에선 대표이사가 교체된 계열사들의 경우 향후 경영전략에서 변곡점을 맞이할 것이란 전망들이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이달 30일 '2025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일부 계열사 대표이사를 신규 선임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이마트부문 계열사인 신세계푸드와 신세계L&B, 조선호텔앤리조트, 이마트24는 새로운 수장을 맞았고 백화점부문의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단독대표 체제 1년여 만에 다시 공동대표 체제로 복귀했다.
이번 신세계그룹 임원인사는 당초 예상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앞서 시장에선 신세계그룹이 정용진 회장 체제에서 신상필벌의 원칙 아래 수시인사를 단행해왔던 만큼 이번 인사폭이 크진 않을 것이란 전망들이 주를 이뤘다. 특히 신세계푸드나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최근 외형성장을 이뤄내는 등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은 탓에 대표이사 연임설이 유력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계열사 경영진의 큰 변화가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사가 그룹 경영전략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 결정이란 분석이 나온다.
먼저 강승협 신세계푸드 신임 대표는 1995년 신세계에 입사해 이마트 관리담당 상무, 재무담당 상무, 지원본부장 전무 등을 거친 '재무통'이다. 강 신임 대표가 선임된 이유는 현재 신세계푸드가 외형 성장보다는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신세계푸드는 그간 노브랜드버거, 오슬로, 노브랜드피자 등 다양한 외식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낮은 수익성에 대한 지적을 받아왔다. 또한 차세대 먹거리로 점찍은 대체육이나 식물성 대안식품사업 역시 시장에선 수익성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2분기 연길기준 영업이익이 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8% 증가했지만 단체급식과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수익성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도 전상진 신임 대표를 새로운 수장으로 맞았다. 전 신임 대표는 1994년 신세계에 입사해 신세계프라퍼티 지원담당 상무, 이마트 지원본부장을 차례로 역임했다. 신세계건설 레저부문 대표를 지냈던 이주희 전 대표는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신세계건설 레저부문을 양수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떠나게 됐다.
앞서 시장에서는 조선호텔앤리조트가 그룹사를 지원하는 역할을 부여 받았다는 추측이 나왔다. 이를 위해 리테일 사업을 확대하고 사업다각화에 나서는 한편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전 신임 대표는 향후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그룹사 지원 역할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인터내셔날 뷰티&라이프 부문에는 김홍극 대표이사가 선임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윌리엄김 단독대표 체제를 유지하던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다시 공동대표 체제로 복귀했다. 김 신임 대표는 1996년 신세계에 입사해 이마트 전략본부MD전략담당 상무, 상품본부 부사장보, 신세계TV쇼핑 대표, 신세계라이프쇼핑 대표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이마트의 피코크와 노브랜드, 일렉트로마트를 시장에 연착륙시켰고 신세계라이브쇼핑을 흑자전환시키기도 했다.
김 신임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뷰티&라이프 부문의 상품기획(MD) 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뷰티시장은 올리브영, 무신사, 컬리 등 다수의 기업들이 잇따라 참전하면서 상품 기획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신세계 백화점부문이 정유경 회장의 승진과 함께 뷰티산업을 키우기 위한 뷰티전략테스크포스(TF)와 디자인을 담당하는 비주얼전략TF를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의 계열사 인사 폭이 예상보다 컸다"며 "대표이사가 바뀐 계열사들은 향후 경영전략에 변화를 주고 그룹 내에서도 새로운 역할을 부여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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