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진철 편집국장] 지난 1976년 준공된 1·2차부터 1987년 준공된 14차까지 11년에 걸쳐 총 6148가구가 건립된 압구정현대 아파트는 서울 강남권에서 최고 블루칩 아파트로 꼽힌다. 강남이 허허벌판이었던 분양 초기에는 수요가 없어 미분양이었지만 이후 정치인과 고위공무원 등의 특혜분양 사건이 당시 사회적 이슈가 될 정도로 인기는 갈수록 높아졌다. 압구정현대는 준공된 지 반백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 한강변 재건축 대어로 꼽히며 로또 당첨금으로는 한채도 사지 못할 정도의 최고가 아파트 대명사가 됐다.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강화로 '똘똘한 한채' 인기가 높아지면서 강남 아파트의 몸값은 천장부지로 치솟고 있다. 실제로 노후된 압구정현대 뿐 아니라 준공된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신축 강남아파트는 월급쟁이는 엄두를 내지 못할 수준인 수십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준공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래미안원베일리 전용면적 84㎡은 지난달 60억원에 거래됐다. 3.3㎡(평)당 1억7600만원인 셈인데 이른바 '국민평형' 기준 최고가를 처음으로 찍었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84㎡은 36억원,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84㎡는 27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각각 경신했다.
강남 아파트의 인기는 청약시장에서도 두드러진다. 지난 20일 진행된 청담삼익아파트 재건축 단지인 '청담르엘' 일반공급 1순위 청약은 85가구 모집에 총 5만6717명이 접수해 평균 경쟁률이 667.3대 1에 달했다. 이는 지난 7월 공급된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의 1순위 경쟁률(527대 1)을 넘어선 것으로 올해 강남권에 공급된 단지 중 최고 경쟁률이다.
청담르엘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7209만원으로 역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 단지 중 가장 높다. 전용면적 59㎡ 기준 17억3900만~20억1980만원, 전용 84㎡ 기준 22억6830만~25억2020만원선이다. 청담르엘 바로 옆 단지인 청담 자이(2011년 준공) 전용 82㎡가 올해 6월 역대 최고가인 32억9000만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인근 단지 시세보다는 8억~10억원 정도 저렴하다. 20억원이 넘는 높은 분양가에도 실거주보단 시세차익을 노린 청약수요가 더 많이 몰렸다고 보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정부는 8.8 부동산대책을 통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고 대출도 조이겠다고 밝혔지만 역대 정부가 대책을 내놨을 때와 마찬가지로 강남만은 백약이 무효다. 최근 건설업황 침체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로 건설사들의 경영난 우려가 심화하고 있지만 강남 아파트 시장은 정부 대책도, 건설업황도 통하지 않는 무풍지대인 셈이다. 이쯤되면 서울과 지방, 서울지역 내에서도 강남권과 비강남권으로 부동산대책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1970년대 압구정현대 아파트를 시발로 조성된 강남은 당시 강북의 주거난 해소를 위한 수요 분산이 목적이었다. 계획개발에 따른 교통과 교육 인프라는 반백년만에 대한민국 최고 부촌으로 발돋움한 밑바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년전 한 국책연구기관은 연구보고서에서 "부동산 시장은 필수 소비재인 주거공간의 확보라는 수요와 공급의 자연적 제한으로 인해 가격상승 가능성이 상존한다"면서 "현재 악화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은 급격한 부동산 가격 상승에 기인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남 아파트가 2000년 이후 몇번의 굴곡에도 결국 우상향하며 부동산 불패의 대표 사례가 된 이유는 단순하다. 교통 호재와 교육 여건이 좋은 지역에 수요가 몰리는 주택시장의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강남 아파트값은 자산과 교육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강남아파트는 그간 쌓여온 거품이 지속돼도 걱정, 꺼져도 걱정이 생길 정도로 경제에 끼칠 영향력은 막중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는 강남 재건축 규제를 효율적으로 풀어 공급을 늘리고, 강남에 못지않은 교통과 교육 여건을 갖춘 대체지 개발을 병행해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 작금의 강남 아파트 쏠림과 과열은 저출생과 지방소멸이라는 국가적 난제 해결과도 무관치 않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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