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저축은행업계의 전반적인 건전성 악화 행보에도 SBI저축은행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을 뿐더러 지속적인 건전성 관리 노력의 효과도 점차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적자로 인한 실적 부진 우려 역시 한 분기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불안감을 종식시켰다는 평가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의 올해 2분기 말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6.83%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4.69%)보다는 여전히 높지만 올해 1분기 말 6.97%에서 소폭 하락하면서 분위기를 바꿨다.
올해 들어 저축은행들의 NPL비율은 일제히 상승세를 그렸다. 부동산PF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관련 충당금 적립기준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0월 기존 브리지론에 대한 충당금을 예상손실 100%로 인식해 적립하라고 지시했다. 올해 역시 고금리 환경 지속으로 NPL 규모가 증가하면서 더 늘어난 충당금이 적자 행진을 이끌었다.
SBI저축은행 역시 늘어난 NPL이 건전성 및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올해 1분기 말 NPL 규모는 8218억원으로 지난해 말 7239억원에서 3개월만에 13.5% 증가했다. 쌓아야 할 충당금 규모도 그만큼 커지면서 SBI저축은행은 저축은행 사태 여파가 이어졌던 2015년 이후 약 10년만에 첫 분기 적자(64억원)를 기록했다.
그런 만큼 SBI저축은행 역시 NPL 정리에 집중했다. 올해 상반기 SBI저축은행의 대출채권 매각액은 2767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매각액 3902억원의 약 71%에 이른다.
2분기 들어서는 담보대출 매각 규모를 끌어올리면서 NPL 정리에 속도를 더했다. 1분기 매각된 매출채권 973억원 중 담보대출은 197억원에 그쳤다. 반면 2분기의 경우 담보대출 매각액은 1083억원으로 신용대출 매각(709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SBI저축은행이 담보 대출채권 매각을 늘린 것은 수익성보다는 건전성 관리에 초점을 둔 재무전략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경기침체로 인해 담보대출 연체율 역시 상승 추세를 보인 점도 매각 규모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부동산PF 대출 규모가 다른 대형 저축은행 대비 상대적으로 작은 점도 안정적인 건전성 관리에 힘을 보탰다. 올해 상반기 기준 SBI저축은행의 부동산PF 대출규모는 976억원으로 전체 여신의 1% 미만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부동산PF 대출 연체율 역시 3.18%로 업계 내에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SBI저축은행은 하반기 역시 이전과 동일한 건전성 관리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금리인하로 인한 조달비용 하락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당장 수익성을 강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신 올해 들어 가계대출 비중을 늘리고 있는 만큼 금리인하를 통한 연체율 안정화 등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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