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국내 정유사들이 지속 가능 항공유(SAF) 생산 단계에 진입했지만, 생산성 및 경제성 확보엔 갈 길이 멀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에서 SAF 생산을 종용하곤 있으나, 전용 시설을 지어 생산을 본격화할 정도의 투자를 유인할 요소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업계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이 SAF 선도국 지위를 공고히 하기 전 정부 지원 확대를 통해 늦지 않은 시점에 시장을 조성하는 게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4대 정유사 모두 SAF 사업에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의 정유 자회사인 SK에너지, HD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까지 3곳이 시범 도입을 지나 생산 및 공급 단계에 들어섰다. SK에너지는 다음 달부터 SAF 상업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고, 에쓰오일은 SAF를 소규모로 생산 중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오는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수소화 식물성 오일(HVO)을 활용한 바이오 항공유 및 SAF 전용 생산 라인 구축을 검토 중이다. 이 회사의 경우 지난 6월 일본 마루베니에 SAF를 공급하면서 국내 첫 SAF 수출 기록을 쓰기도 했다. GS칼텍스도 SAF 사업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유사들이 이처럼 SAF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높은 성장성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SAF는 폐식용유 같은 폐기름을 비롯해 옥수수, 동·식물성 유지, 농업 부산물 등 친환경 원료로 만들어지는 만큼 일반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 가량 줄일 수 있다. 항공사가 탄소 중립 수단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꼽힌다.
이에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각국의 환경 규제처가 항공유 중 일정 비중을 SAF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우리나라도 2027년부터 국내 출발 국제선의 모든 항공편에 SAF의 1% 이상 혼합 급유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2022년 24만톤에 불과했던 세계 SAF 수요가 2030년에는 1835만톤으로 약 70배나 확대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원유 정제 공정에 친환경 원료를 투입할 수 있도록 한 '석유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정유사들이 SAF 생산을 위해 원유 외 원료를 취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된 참이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SAF 전용 생산 설비를 확보하려는 정유사는 없다. SAF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려면 전용 생산 시설을 신규 도입해야 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SK에너지는 SAF 전용 시설을 준공했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코프로세싱 방식이고, 에쓰오일 역시 코프로세싱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석유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SAF를 끼워 생산하는 것이다.
코어프로세싱 방식은 생산 효율이 떨어지고 단가는 높은 등의 문제가 있다. 현재 SAF의 단가는 기존 항공유 대비 2.5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SAF 전용 시설을 지어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하는 게 경제성을 확보하는 방법이지만, 정유사들 모두 "검토 중"이란 입장을 견지할 뿐 나서진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항공사에 SAF 사용을 의무화하곤 있지만, 전용 시설에서 생산되는 물량을 국내에서 소화하려면 1%의 혼합 비율로는 턱도 없다"며 "몇 개 노선에 그치는 실정이라, 이 물량만 보고 전용 시설을 구축하기에는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짚었다. 이어 "생산 시설이 마련되면 수백 억원의 감가상각도 발생할 텐데, 규모 있는 수요처가 없어 현재로선 적자만 나는 구조"라며 "사실상 개점 휴업이 우려되는 상황으로, 투자 세액이라도 공제해 줘야 정유사 입장에서 과감한 투자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 중이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대외협력실장은 "SAF 선도국들은 공장 건설 자금을 지원해 주기도 하고, SAF 생산 비용 절감을 돕기 위한 재정 지원과 인센티브 지급을 실행 중"이라며 "SAF 산업 육성을 위해선 적어도 공장 건설에 대한 인센티브라도 늘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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