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다음달부터 진행될 금융감독원의 정기검사에서 경영실태평가 3등급이 사실상 확정적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행법상 금융지주회사가 3등급 평가를 받을 경우 자회사 편입에 대한 승인 요건에 미달하게 된다. 지난달 결정한 동양생명·ABL생명 인수가 사실상 무산 수순을 밟게 되는 셈이다.
임종룡 회장의 거취와 별개로 두 보험사의 인수가 불발되면 종합금융지주로 도약한다는 우리금융의 계획 역시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동양·ABL생명의 모회사인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올해 연말까지 매각을 끝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인수 실패로 소송전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은행검사국 3곳 중 2곳의 인력을 투입해 우리금융 및 우리은행 정기검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우리금융 검사를 담당하는 곳은 은행검사1국이다. 그런만큼 이번 정기검사는 보통과 달리 상당히 강도 높은 수준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 2일 우리금융 및 우리은행에 정기검사를 위한 사전통지서를 보냈다.
이번 정기검사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에 따른 내부통제 부실 여부를 정조준하고 있다. 금감원이 이번 사태에 대한 현 경영진의 책임론을 강하게 거론하고 있는 만큼 이번 정기검사 결과는 이에 대한 근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경영실태평가는 크게 △리스크관리 △재무상태 △금융지주회사 및 여타자회사등의 주력자회사에 대한 잠재적 충격 항목으로 분류된다. 금감원은 각 항목별로 세부 부문별로 평가한 후 종합평가 결과를 내놓는다. 평가는 △1등급(우수) △2등급(양호) △3등급(보통) △4등급(취약) △5등급(위험) 등 다섯 단계로 나눠 메겨진다.
우리금융은 지난 2021년 정기검사에서 경영실태평가 결과 종합평가등급 2등급을 받았다. 2등급은 금융지주사가 인수를 통한 자회사 편입 시 받아야 하는 최소 기준이다. 금융지주회사감독규정에 따르면 자회사 편입 시 금융지주사 및 자회사의 종합평가등급이 2등급 이상, 편입대상회사의 평가등급이 3등급 이상이어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의 평가등급 하락을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다. 금감원이 가장 문제 삼고 있는 내부통제 및 이사회·경영진 역할은 경영실태평가의 리스크관리 항목에 속한다. 여기에 최근 이복현 금감원장의 발언에 비춰보면 다른 항목 역시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크다. 이 원장은 지난 4일 '가계부채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리스크 요인에 대해 금융당국과 소통을 했어야 하는데 없었다"고 지적했다.
3등급으로 떨어지면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 인수 자격 자체를 상실하게 된다. 단순 자회사 편입 승인이 미뤄지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수 자체가 불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임 회장의 거취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금융의 보험 포트폴리오 확장도 백지화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인수 불발이 다자보험과의 소송전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자보험은 동양·ABL생명의 모회사였던 안방보험이 부실로 파산하면서 자산매각 및 구조조정 원활화를 위해 중국당국이 설립한 공기업이다. 중국당국은 내년까지 다자보험 정리를 목표로 올해 연말까지 동양·ABL생명의 매각을 완료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현 상황에서 매각이 엎어질 경우 다자보험측이 우리금융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인수가 불발되지 않을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을 받더라도 자체 개선조치로 미달된 부분이 회복될 수 있다면 2등급에 준하는 건전성을 인정 받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 역시 다양한 조치가 진행돼야 하는 만큼 현재로서 우리금융이 이같은 판단을 금융당국으로부터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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