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계열사 늘리기에 나서고 있다. 건설업황이 호황일 때는 다수의 계열사 보유가 신용보증, 자금조달 등에서 유리했다. 하지만 건설 업황이 침체하면서 계열사가 모회사에 리스크를 전이하는 '독'이 되기도 한다. 딜사이트는 건설사 계열사의 재무상황과 모기업과의 사업 연계 상황 등을 분석해 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진흥기업이 모회사인 효성중공업과 공동 시공을 통해 수주 물량을 확보하면서 다른 건설사들과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최근 건설업계가 공사원가 상승 부담과 미분양 리스크 우려로 주택사업 비중을 줄이고 있는 분위기와 달리 진흥기업은 자체 브랜드 주택사업을 확대하고 있어서다.
진흥기업은 시공 중인 25건의 사업 중 11건이 효성중공업과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모기업인 효성중공업의 공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 주택사업 비중 확대…타 건설사와 대조
9일 업계에 따르면 진흥기업은 ▲관급토목 ▲관급건축 ▲민간건축 등 3개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민간 건축의 매출은 274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76.1%를 차지했다. 민간 건축 매출 비중은 지난 2022년 63.7%, 지난해 68.1%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관급 부문의 토목과 건축의 매출비중은 줄어들었다. 관급 부문의 매출 비중은 올해 상반기 23.9%으로 집계됐다. 2022년과 2023년 매출 비중은 각각 36.3%, 31.9%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최근 건설사들은 주택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민간건축 부문을 줄이고 공공공사를 늘리고 있다. 공공공사는 발주처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수익성은 낮지만 사업 안정성이 확보된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와 미분양 리스크가 적기 때문이다. 특히 리스크 타격을 크게 받는 중견건설사의 경우에는 업황 침체 극복 방안으로 공공공사 확대에 나서는 분위기다.
◆ 모기업 효성중공업 컨소시엄 효과…물량 확보 안정적
진흥기업은 효성그룹 건설 계열 건설사로 효성중공업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41위로 매년 순위가 상승 중이다. 효성중공업은 2018년 6월 효성의 중공업·건설 사업부가 인적분할(지분이전)하면서 독립한 별도의 법인이다. 당시 인적분할 이후 진흥기업의 최대주주는 효성에서 효성중공업으로 바뀌었다. 효성중공업이 진흥기업 지분 48.1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진흥기업이 민간건축 비중을 확대할 수 있었던 비결에는 모기업인 효성중공업의 역할이 컸다. 진흥기업이 효성중공업과 함께 컨소시엄을 꾸려 주택을 공동으로 시공을 맡는 구조다. 진흥기업은 2013년부터 효성중공업과 론칭한 통합브랜드 '효성해링턴 플레이스'를 공유하고 있다.
또 진흥기업이 PF자금조달 과정에서도 대기업 계열사인 효성중공업이 있어 유리하다. 특히 채무인수 또는 미분양 리스크도 분담해 부담이 덜하다. 진흥기업이 건설공제조합으로부터 제공받은 지급보증금액 중 효성중공업과 공동으로 계약한 하도급대금 보증금 전액은 효성중공업과 연대 채무를 지는 구조다.
실제로 진흥기업이 시공 중인 민간 건축 부문 중 도급액 절반 이상이 효성중공업과 컨소시엄 형태로 추진 중인 사업이다. 진행 중인 민간 건축 부문 사업은 25건으로, 전체 도급액 규모는 2조8117억원이다. 이중 효성중공업과 함께 하는 사업은 11건으로, 도급액 규모는 1조5241억원, 54%의 비중을 차지한다. 대부분은 도급액 규모가 큰 주택사업이다.
진흥기업이 단독으로 참여하는 민간 건축 부문도 효성중공업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진흥기업이 효성중공업이 지었던 아파트단지를 바통받아 이어서 짓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일례로 효성중공업이 대구 감삼동 효성 해링턴플레이스 1~3차의 시공을 맡았다면 진흥기업이 4차를 맡는 방식이다. 진흥기업은 효성중공업과의 통합브랜드 '해링턴플레이스'를 쓰면서 후광효과를 누릴 수 있다. 앞서 지은 효성중공업의 아파트단지 덕분에 이전부터 확보된 인프라도 함께 누릴 수 있다.
◆ 올해 '주택통' 대표 선임, 주택사업 확대…원가율 관리 '관건'
진흥기업은 주택 사업의 성장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공 중인 아파트단지가 공정률에 따른 매출액 인식이 예상된다. 이중 11곳이 수도권 단지인 만큼 양호한 분양률을 기록하면 그에 따른 분양대금이 유입될 예정이다.
진흥기업이 지난 10년 간 통합브랜드 '해링턴플레이스'의 인지도를 확보해 나가고 있어 추후 수주 확대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진흥기업이 올해 초 현대건설 출신 주택통인 김태균 대표이사를 선임했다는 점도 민간건축부문 확대에 힘이 실린다. 김 대표는 현대건설에서 주택사업본부장을 역임했었던 만큼 진흥기업의 주력사업인 민간건축부문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진흥기업의 민간건축부문은 원가율이 양호한 편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민간건축 분야의 매출원가율은 95%이다. 관급건축 분야가 일부 사업장에 문제가 발생해 151%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민간건축 분야는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는 원가율 관리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진흥기업 관계자는 "효성중공업과 아파트 브랜드를 통합하면서 이전보다 주택사업을 확대할 수 있었다"며 "현재는 공공공사 매출 비중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앞으로는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 주택사업과 함께 균형을 맞추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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