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주류가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차로 이동하는 가운데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가 변화의 위기를 맞았다. 전기차가 부상하면서 자동차 부품의 트렌드 전환은 수년 전부터 예고돼 왔다. 완성차 업체는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를 확대하며 전체적인 판매 감소를 상쇄하고 있다. 하지만 부품사의 경우 특정 완성차 업체에 매우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는 터라 외부 변화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태생적 한계를 가진다. 이에 딜사이트는 국내 상장 부품사들의 재무 현황과 추후 과제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서연이화에 따라 붙는 R&D(연구개발) 명가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자동차 부품 업계를 크게 상회하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이 4년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한때 4%를 넘어섰던 R&D 비중은 홀로서기 초창기 수준으로 후퇴하며 3%선까지 위협받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서연이화의 지난해 R&D 비중은 3.13%로 나타났다. 연매출(별도기준) 1조5905억원 가운데 498억원을 R&D 비용으로 사용한 것이다. 항목별로 보면 연구원 인건비로 218억원을 지출했고, 위탁용역비 134억원, 원재료비 74억원, 감가상각비 16억원이다. 또 계정에 잡히지 않는 각종 여비로 56억원을 사용했다.
서연이화의 R&D 투자 비중이 3%초반대로 떨어진 것은 2015년(3.06%) 이후 7년 만이다. 서연이화는 지난 2014년 7월 지주사인 서연에서 인적분할해 홀로서기에 나선 후 R&D에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보여왔다. 서연이화가 본격적으로 독자적인 영업활동을 시작한 2015년 3.06%에 불과했던 R&D 비중은 ▲2016년 3.45% ▲2017년 3.85% ▲2018년 3.64%로 고공해진을 달렸고, 급기야 2019년에는 4.09%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서부터 서연이화의 R&D 비중은 퇴보하기 시작했다. 설계, 신소재 등 미래 모빌리티 부품 기술개발에 쏟은 금액 자체는 늘었지만, 매출 증대분에 못 미치면서 R&D 비중은 해를 거듭할수록 감소했다. 2020년 3.85%를 기록한 R&D 비중은 ▲2021년 3.66% ▲2022년 3.36% ▲2023년 3.13%로 뒷걸음쳤다.
일각에서는 서연이화의 이 같은 R&D 비중 축소 흐름을 두고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연이화는 주요 벤더사 중에서도 R&D 투자를 아끼지 않는 곳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MS오토텍과 에코플라스틱 등 동종 업계에 종사하는 업체들의 R&D 비중은 1% 남짓하다. 서연이화의 경기도 안양 사옥이 본사와 R&D센터의 기능을 겸하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서연이화는 안양 R&D 센터 외에도 중국(베이징해납천연구소·강소서연이화연구소)과 인도(서연써밋인디아연구소)에서도 현지화에 초점을 맞춘 제품개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서연이화의 R&D 비중이 축소된 것은 국책과제에 임하게 된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서연이화는 2014년 설립 초기부터 모빌리티 분야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기차 배터리 용량 증대와 화재 안전성을 향상시키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주관업체로 선정됐다. 하지만 국책과제는 정부 지원이 뒤따르다 보니 기업의 자기부담금이 적은편이다. 연구개발 건수가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 R&D 비용이 증가하지 않는 구조다.
서연이화 관계자는 "최근 몇년간 국책과제가 과거에 비해 늘면서 R&D비용이 증가하는데 제한이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의 연매출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R&D에 투자하는 금액의 비중이 낮아지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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