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키움증권이 공격적으로 부동산 금융사업을 확대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악화로 실적 직격탄을 맞아 관련 사업을 축소하고 있는 여타 증권사와 상반된 기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은 기존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등 리테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 온 증권사다. 하지만 브로커리지 사업의 경우 증시 거래대금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관련 사업에만 집중하기 어렵다. 게다가 지난해 발생했던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건 등으로 인한 논란이 브로커리지 사업의 수익성에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시장에서는 키움증권이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부동산 PF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키움증권의 올해 2분기 말 신용공여금은 4조127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7931억원(24.6%) 증가했다.
눈길을 끄는 건 부동산 PF 신용공여액 규모가 1조1700억원으로 전체 신용공여금의 29.2%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해 말 20.8% 대비 840bp(1bp=0.01%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전체 증권사의 올해 상반기 부동산 PF 신용공여액이 지난해 말 대비 16% 감소한 17조1000억원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이처럼 키움증권이 타 증권사들과 달리 최근 부동산 PF에 드라이브를 거는 건 브로커리지 관련 위탁매매 수수료가 순영업수익의 40%를 웃도는 등 사업 비중이 치중됐기 때문이다. 브로커리지 사업 비중이 클 경우 증시가 안좋아지면 수익성에 직격타를 맞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여기에 지난해 발생했던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건 등으로 인한 잡음이 지속적으로 브로커리지 사업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부동산 PF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리테일사업부문에서는 점유율도 높고 수익성도 좋지만 상대적으로 금융상품이나 IB부문에서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부족한 부문을 강화해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을 맞추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부동산 PF 사업을 확대할 만큼 여력도 충분하다. 경쟁사 대비 PF 익스포저(위험노출)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의 올해 2분기 말 우발 부채 비중은 약 40% 수준으로, 타 종합금융투자사업자 평균(50.4%)과 비교해 낮다.
아울러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의 부동산 PF 사업 지원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엄 대표는 그간 자기자본투자(PI) 부문을 담당하며 쌓은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내부 현금을 사업 확장에 적극 투자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데, 그중 PF 부문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후문이다.
엄 대표는 취임 후 부동산 PF 담당하는 구조화금융본부를 구조화금융부문으로 승격시켰다. 또 구조화금융본부장이었던 김영국 전무의 직책도 부문장으로 조정하는 등 부동산 PF 경쟁력 강화를 위한 초석을 다졌다.
성과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키움증권은 최근 '목동 옛 KT부지 개발사업' 브릿지론으로 6100억원을 단독 투자했다. 이 사업은 서울시 양천구 목동 924번지 일원에 지하 6층~지상 48층, 3개 동, 주거형 오피스텔 658실과 근린생활시설을 짓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 4월에는 수원시 권선구 주택 재개발단지 사업에 1500억 규모의 PF 자금 조달을 완료했다. 지난 3월 대우건설이 시공하는 부산 범일동 주상복합개발사업에 2000억원 규모 PF 대출을 제공하기도 했다.
김예일 한신평 연구원은 "키움증권이 IB부문의 경우 아직 전체 수익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으나, 점진적으로 수익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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