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코스닥 상장사 '아나패스'가 미국법인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올해 초 뉴욕증시(NYSE) 상장에 성공했으나 주가가 바닥을 치면서 관련 회사들의 손실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회사와 종속회사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미국법인은 매년 순손실을 내고 있다. 아나패스가 오랜 기간 미국사업에 공을 들였으나 현재 재무 부담이란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는 지적이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디스플레이패널 반도체 생산업체인 아나패스의 유동충당부채는 올해 상반기 182억원이다. 이는 미국법인 GCT세미컨덕터 홀딩스(GCT Semiconductor Holding, Inc., 이하 GCTS)의 100% 손자회사 지씨티리써치가 하나은행 및 IBK기업은행으로부터 차입한 182억원에 대해 정기예금을 담보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아나패스의 충당부채는 재무제표상 부채일 뿐 실제로 현금이 유출된 것은 아니다. 다만 GCTS가 채무 상환능력을 갖추지 못할 경우 대규모 현금 유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GCTS는 통신칩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 회사(Fabless Company)로, 아나패스가 지분 15.6%를 보유한 관계기업이다. GCTS는 거의 20년 넘게 미국증시 상장을 준비하다 올해 3월 뉴욕증시 상장에 성공했다.
지씨티리써치는 GCT세미컨덕터의 종속기업으로 GCT세미컨덕터의 연구개발활동을 수행하는 한국법인이다. 매출 전액이 GCT세미컨덕터로부터 발생하는 만큼 사실상 한몸인 회사다. 지배구조상 '아나패스→GCT세미컨덕터 홀딩스→GCT세미컨덕터→지씨티리써치'로 이어지는 구조다.
지씨티리써치의 182억원 차입금에 대한 아나패스의 담보제공은 관계기업인 GCTS에 대한 실질적인 순투자라는 측면에서 지원했다. GCTS와 지씨티리써치와의 역학관계를 고려할 때 지씨티리써치에 대한 금융지원이 곧 GCTS 지원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나패스는 지씨티리써치에 대해 금융보증 뿐만 아니라 130억원에 달하는 대여금도 지급했다. 하지만 이 역시 100% 대손충당금으로 전액 손실 처리했다. 아나패스는 현재 182억원의 충당부채와 130억원의 대여금에 대해 손익계산서상 손실로 반영했다. 지분법 회계를 적용해 2020년 182억원의 지분법 손실과 2017년·2022년 두 차례에 걸쳐 130억원의 지분법 손실을 처리했다. 그때마다 아나패스는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했다. 2020년에 490억원의 순손실을 내기도 했다.
관건은 GCTS의 실적 개선 여부다. 실적 개선이 이뤄지면 해당 충당부채와 대여금에 대한 회수가 가능해져 손실을 회복할 수 있다. 지분법 이익이 발생해 실적 개선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GCTS의 실적 개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10년간 한 번도 빠짐없이 매년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기술력을 앞세워 기술특례상장으로 뉴욕증시에 입성은 했으나 현재 주가도 바닥을 치고 있다. 상장에 성공한 지난 3월 27일 주가는 장중 56달러까지 올랐으나 지금은 2.67달러(5일 미국 현지 시각)까지 떨어졌다. 주가 하락으로 그간 GCTS에 투자했던 투자자도 GCTS 주식을 손실처리한 것으로 파악된다.
아나패스는 GCTS 주식에 대해 장부가액을 '0'으로 평가했다. 아나패스는 2013년 588억원을 투입해 GCT세미컨덕터 지분 27.3%을 취득했다. 2012년 당시 GCT세미컨덕터가 최고 매출(1300억원)을 찍고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던 시기여서 대규모 투자를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업가치 하락에 따른 상장철회와 이후 지속된 손실로 결국 투자가치를 기록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현재 종속회사인 지씨티리써치는 GCTS에 135억원 규모의 대여금(연 이자 6.5%)을 제공한 상태기도 하다. 종속회사, 모회사 모두 전방위적으로 GCTS를 지원하고 있으나 결실을 보지 못한 셈이다.
아나패스 관계자는 "그간 GCTS가 이익을 못 낸 건 사실"이라며 "4G LTE 무선통신 칩 개발 수준에 머물러 있었는데 올해 4분기부터 5G 통신 칩 양산을 기대하고 있는 만큼 향후에는 실적 개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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