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SK텔레콤이 2분기 외형성장에도 인공지능(AI) 투자 비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기업가치 지표에 경고등이 켜졌다. 아직 성과가 미미한 AI 부문에 대형 투자가 몰려 주주환원책을 강화할 여력이 줄고 있어서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적절한 시기에 자사주 매입·소각을 추진하고, 유의미한 실적 개선을 이뤄내면 주주환원 규모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이다.
SK텔레콤은 올 2분기 연결기준 매출 4조4224억원, 영업이익 5375억원을 기록했다. 신·구사업의 견조한 성장으로 매출은 2.7%, 영업이익은 16% 증가했다. 다만 이러한 외형성장이 기업가치 제고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AI 투자 지출이 관련 매출 규모를 상회하면서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 까닭이다.
앞서 SK텔레콤은 2022년 코난테크놀로지에 600억원을 투자한 이후 ▲2023년 8월 '앤트로픽(1376억원)' ▲2023년 4월 '스캐터랩(150억원)' ▲2023년 11월 '올가나이즈(55억원)' ▲2024년 2월 '람다(275억원)' ▲2024년 6월 '퍼플렉시티(138억원)' ▲2024년 7월 '스마트글로벌홀딩스(2752억원)' 등으로 투자를 늘려왔다.
문제는 AI 투자 규모가 해마다 늘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는 점이다. 3년 동안 AI 부문에 투자한 비용(5351억원)의 18.5%만 수익화 됐고, 나머지는 비용처리 된 까닭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기존 캐시카우였던 통신·방송 부문의 실적이 정체돼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주주환원 여력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나아가 새 주주환원책에 하한선만 제시된 점을 감안하면 올해 배당 규모가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성장투자와 주주환원이 동시에 강화되려면 그만큼 유의미한 매출 성장이 필요한데, 당장 지출 비용을 상쇄할 만한 사업이 사실상 전무하다"며 "올해 하반기까지 배당금이 830원으로 동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력인 5G 사업의 둔화와 6G 상용화까지 최소 5년이 남은 상황에서 AI 신사업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은 만큼 배당 재원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SK텔레콤은 5월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부터 2026년까지 매년 연결기준 조정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현금배당 또는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며 새 배당정책을 발표했다. 연결기준으로 자회사 성과를 포함하고 환원 상한선도 없애 실적에 비례한 환원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새 배당정책에는 '순이익의 50%'라는 하한선만 제시됐다. 이를 기준으로 지난해 배당총액을 계상하면 5730억원으로, 이전 배당정책으로 산출된 값(7657억원)보다 25.2%나 감소한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경영진 변화에 따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하한선을 뒀을 뿐 전반적으로 주주환원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라며 "순이익의 50%만 배당하려는 의도는 없으며 올해도 지난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주들의 불안감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매출 가이던스(17조9000억원)가 전년(17조6085) 대비 1.6% 증가에 그칠 뿐더러, SK텔레콤이 올해 벌어들일 현금을 AI 투자 및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 투입할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김양섭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6일 열린 SK텔레콤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AI 중심 전략 하에 돈을 벌 수 있는 영역에 선택과 집중을 통한 투자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이후 높은 실적 개선이 이뤄지면 재무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등에도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70%가 넘는 배당성향과 7% 수준의 배당수익률 등 높은 환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기업가치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는 점에 대해선 CFO로서 고민이 많다"며 "배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적절할 때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실행하고, 추후 유의미한 실적개선이 뒤따를 시 주주환원을 늘리는 중장기적 플랜까지 고려해나갈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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