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준 기자] 서희건설의 오너일가가 대주주인 애플이엔씨가 최근 서희건설의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며 지배력 강화에 나섰다. 애플이엔씨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의 장녀인 이은희 부사장이 지배하는 회사다. 올해 이봉관 회장의 나이가 80대의 고령에 들어선 만큼 사실상 경영권 승계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이엔씨가 최근 꾸준히 서희건설 주식을 매수하며 이달 11일 기준 11.82%의 지분을 확보했다. 반년 사이 2%p(포인트) 가량 보유지분을 늘렸다.
애플이엔씨는 유한회사로 이은희 서희건설 부사장이 최대주주로 지배하고 있다. 이은희 부사장이 3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65%는 그 외 가족들로 알려졌다. 주요 사업목적은 건축자재 및 건축공사업, 부동산 분양 및 분양대행업 등이다.
애플이엔씨는 서희건설과 건설자재 공급 및 임직원 식당에 관한 거래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희건설은 지난해에만 457억원의 건설자재를 애플이엔씨로부터 매입했다. 올해 1분기 거래액은 187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애플이엔씨가 서희건설로부터 연간 600억원 이상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엔씨의 견조한 수익이 서희건설의 지분 매입의 바탕이 된 셈이다.
연초 애플이엔씨가 보유했던 서희건설의 지분은 9.85%였다. 애플이엔씨는 올해 3월부터 꾸준히 장내매수를 시도해 현재까지 1.97%p(포인트) 지분을 늘렸다. 애플이엔씨가 보유한 주식수는 연초 2264만6740주에서 이달 11일 기준 2716만392주로 451만3652주 증가했다. 장내매수한 평균 단가를 1360원으로 잡았을 때 올해 총 매입한 규모는 약 61억원 수준이다.
애플이엔씨가 처음부터 서희건설의 주요주주였던 것은 아니다. 애플이엔씨는 2020년 보유했던 전환사채(CB)의 보통주 전환과 장내매수를 통해 단번에 서희건설의 3대 주주로 모습을 드러냈다. 2020년 말 기준 애플이엔씨는 5.93% 지분을 보유했으나 꾸준히 지분을 늘려 현재는 유성티엔에스(29.05%)에 이은 2대 주주다. 이봉관 회장의 보유지분 4.14%의 두 배가 넘는다.
유성티엔에스의 경우 이미 이 회장의 자녀인 이은희‧성희‧도희 3자매가 확실히 지배하고 있다. 유성티엔에스의 최대주주는 31.89%를 보유한 한일자산관리앤투자다. 한일자산관리앤투자는 이은희‧성희‧도희 3자매가 49.5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50.41% 지분은 서희건설이 들고 있다.
유성티엔에스도 오너일가가 확고히 지배하고 있지만 상장사인 관계로 기타주주가 다수 포함돼 있고, 회사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커 경영권 승계에 적극적으로 나서진 않는 모습이다.
결국 서희건설은 유성티엔에스가 최대주주로 지배력을 행사하면서 다시 유성티엔에스를 한일자산관리앤투자가 지배하고, 그 위에 서희건설이 있는 순환출자 구조를 띄고 있다.
서희건설은 최근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하며 경영권 다지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지난해에는 300억원을 들여 자사주를 늘렸다. 올해 1분기 기준 서희건설이 보유한 자사주 지분율은 13.74%다. 지난해 초 자사주 보유량이 4.17%에 불과했으니 1년 사이 9.57%p(포인트)가 증가했다.
유한회사 보유 지분과 자사주가 증가한 만큼 기타주주가 보유한 서희건설의 지분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서희건설과 오너일가는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을 늘리는 만큼 자신들이 지배하는 유한회사의 지분율이 줄어들진 않았다. 기타주주의 비율은 같은 기간 28.02%인데 전년도 초 38.12%와 대비하면 1년 간 10.1%p(포인트)나 감소했다. 서희건설은 나머지 유한회사인 ▲이엔비하우징 7.08% ▲한일자산관리앤투자 1.83% ▲애플디아이 3.39% 등을 통해 지배하고 있어 사실상 오너일가가 기타주주의 지분을 제외하면 모두 통제하고 있다는 평가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와 리스크 통제를 위해 자사주 매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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