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성희 기자] 중소기업은 자본시장 내 자금 조달이나 인수합병(M&A)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행의 존재는 중소기업에 큰 위안이 된다. 중소기업의 자주적 경제활동을 돕는 것이 기업은행의 설립 목적인 만큼 기업은행의 CIB그룹의 업무도 중소기업 지원에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과 관련한 딜은 노력 대비 수익성이 낮다. 이 대문에 시중은행들은 수익 창출 측면에서 관련 딜을 외면하는 경향이 있지만 정책금융기관인 기업은행은 국내 경제의 모세혈관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들이 기업활동하기 좋은 금융환경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광진 기업은행 CIB그룹 부행장은 최근 딜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시중은행은 IB부문을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한 수익원 다각화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면 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정책 목적에 부합하는 가치 금융을 실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CIB그룹의 덕목 '중기 지원'
최 부행장은 기업은행 CIB그룹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목은 역시 '중소기업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은행의 존재 목적이다 보니 CIB그룹도 그들의 업무 영역 안에서 중소기업들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책 목적에 부합하는 가치금융 사업으로서 산업단지 개발과 M&A 패키지, 녹색금융 투자에 CIB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예컨대 은행업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은 80% 이상을 주거에 집중한 반면, 기업은행은 산업단지와 지식산업센터 등 산업 시설과 업무 시설에 68% 이상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2013년 이후 10여년간 전국에 총 19개의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PF 대출에 지원했으며 이를 통해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산업용지 공급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중소기업 M&A 패키지의 경우 3년간 민관이 합쳐 총 4조원의 금융지원을 계획한 것으로,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과 M&A 활성화를 위한 투·융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정부 추진사업에 포함된 것으로, 시장에서 소외된 중소기업이 산업구조 변화에 맞춘 체질 개선을 할 수 있도록 중장기 유동성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최 부행장은 "대규모 M&A는 금액이 워낙 커 많은 은행이 주선사로 참여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기업은행이 소화를 안하면 힘든 부분이 있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M&A 패키지를 통해 사모펀드에 출자하면서 중소기업 M&A를 위한 주도적인 역할을 주문하고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프라금융 부문에서는 SOC 투자 외에도 정부의 정책방향과 부합하도록 신재생에너지 및 녹색금융 전 영역의 투자에 집중하는 녹색금융투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 부행장은 "RE100 이행수단 중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고 기업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전력구매계약(PPA) 방식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국내 금융기관 최초로 국내 태양광 발전 사업의 건설 자금으로 사용하는 RE100 펀드를 조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재생에너지 사업 운영 강점이 있는 SK E&S와의 협업을 통해 총 3000억원 규모 중 기업은행이 2000억원(약정금액 기준)을 참여했으며 금융자문 및 주선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의미가 있는 딜을 해보자"
최 부행장은 CIB그룹 직원들에게 "수익성이 좀 떨어지더라도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딜을 해보라"고 주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 부행장은 "직원들은 중소기업 관련 딜에 아무래도 부담을 좀 느끼고 있다"며 "결과가 속 시원히 나오지 않는 데다 대형 M&A처럼 참여만 해도 대규모 수수료가 들어오는 것도 아니라서 노력 대비 성과가 도출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다만 기업은행의 정체성을 잊지 말고 수익성 대신 사회적 의미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부행장은 "사회적 역할 차원에서 기업은행이 무엇을 해야 하느냐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며 "CIB그룹 구성원들, 특히 IB부문은 이러한 사회적 역할을 수용 하지 못하면 은행 내부적으로도 사업 추진에 힘을 내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어 "RE100과 같은 사업들도 사회적 역할 차원에서 방향을 잡은 것으로, 기업은행이 타행보다 더 잘 할수 있을 것으로 봤다"며 "인프라 관련 신재생에너지는 물론 산업단지 개발 등에서 생각보다 큰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 1월 런던지점 IB데스크 설치…해외 진출 확대
기업은행 CIB그룹도 해외시장에서의 기회 창출에 큰 노력을 들이고 있다. 김성태 기업은행장 역시 CIB그룹에 해외시장 진출을 강조해서 주문하기도 했다고.
우선 해외시장에서 부동산PF 사업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것을 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고무적인 것은 최근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로 금융권의 부동산PF가 도마 위에 올랐지만 기업은행의 해외 투자 건들은 리스크에서 비켜나 있다는 점이 조직 내 CIB그룹의 신뢰도를 한층 올리는 계기가 됐다.
또 해외 인프라 투자도 힘을 싣는 분야다. 현재 CIB그룹 IB부문 내 인프라금융부의 경우 기존 팀 체제였다가 올해 1월 조직개편에서 부서로 승격한 것도 이 부문을 강하게 키워야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수익성은 다소 낮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인 자산 위주의 투자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뉴욕지점에 IB 데스크를 설치해 2명의 직원이 파견돼 있고, 내년 1월을 목표로 런던지점에도 IB데스크를 설치할 계획이다.
최 부행장은 "인프라 투자가 구조가 굉장히 튼튼하다"며 "미국의 경우 전기차 생태계가 구축되고 최근 데이터센터 확충과 신재생에너지 발전 등 전력수요 증가에 따른 인프라 투자가 급격히 늘고 있어 관련 시장을 안정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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