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가 M&A(인수합병) 기회가 왔을 때 이를 잘 포착해야 한다는 '유비무환'의 자세를 강조한 속내에 시선이 모아진다. 과거 경영권 인수 목전에서 고배를 마신 쓰라린 기억으로 남아있는 이스타항공을 염두한 발언이 아니겠냐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1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최근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를 통해 자신이 품고 있는 경영 구상을 임직원들에게 전달했다.
그는 "항공산업 구조변화와 관련해 다양한 불확실성이 있다"며 "사모펀드가 투자한 항공사들은 언젠간 매각 대상이 될 것이고, 향후 M&A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대응할 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에어를 중심으로 통합 저비용항공사(LCC) 출범이 유력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항공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데 보탬이 될 만한 매물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주문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가 때 아닌 'M&A 유비무환'을 강조하고 나서자 일각에서는 특정 항공사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대한항공(진에어)과 아시아나항공 계열(에어서울‧에어부산)을 제외한 대다수의 중견‧중소급 LCC에 사모펀드가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은 맞지만, 제주항공이 품을 만한 후보군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모펀드가 대주주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은 티웨이항공(JKL파트너스)을 비롯해 ▲에어프레미아(JC파트너스) ▲에어인천(소시어스) ▲이스타항공(VIG파트너스) 정도가 꼽힌다. 이외에도 벤처캐피탈로 범위를 넓혀보면 청주국제공항을 거점으로 두고 있는 에어로케이(에이티넘파트너스‧에스에이치벤처스)가 포함된다.
이 중에서 티웨이항공은 이미 JKL파트너스가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시동을 건 상황인 터라 제주항공의 잠재 매물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JKL파트너스는 이달 초 보유 중이던 티웨이항공 5766만4209주(26.77%) 가운데 3209만1467주(14.9%)를 호텔‧리조트 기업인 소노인터내셔널에 장외 매도했다. 소노인터내셔널 측에 나머지 2557주2742주에 대한 콜옵션(매도청구권)이 부여된 만큼 JKL파트너스가 티웨이항공에서 완전히 손을 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에어프레미아와 에이인천은 'LCC 정체성 유지'라는 김 대표의 경영 철학과 동떨어진다는 점에서 비유력 후보로 꼽힌다. 중‧단거리 노선 중심의 운영은 김 대표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지 오래다. 지난 2022년 취임 2주년을 기념해 열린 간담회를 비롯해 중‧단거리 노선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수시로 내비춰 왔다. 최근 CEO메시지에서도 "기단의 효율성과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 경쟁력 창출이라는 LCC 본연의 사업모델을 유지 하겠다"며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재확인 시켰다.
뉴욕, LA 등 미국 노선에 특화된 에어프레미아는 물론, 아시아항공 화물사업부의 새 주인이 된 에어인천도 김 대표가 생각하는 제주항공의 미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여지는 이유다.
에어로케이의 경우 투자자본의 비중이 적어 경영권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제약이 따른다. 에어로케이의 지주사인 에어로케이홀딩스에서 에이티넘파트너스와 에스에이치벤처스가 차지하고 있는 지분을 합해봐야 12%에 지나지 않는다. 스마트폰·자동차 전장용 PCB(인쇄회로기판) 제조사인 디에이피가 과반을 훌쩍 넘는 6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결국 5개 후보군 중에서 이스타항공만 남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VIG파트너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이스타항공은 김 대표가 과거에 강한 인수 의지를 보였던 곳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등으로 경영난에 빠진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하다 막판 진통 끝에 고배를 마신 바 있다. 김 대표가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한 뜻을 아직 굽히지 않았음을 은연중에 내비친 게 아니냐는 해석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제주항공은 애경그룹 계열사로 매출 기준 국내 LCC 시장에서 1위 지위를 누리고 있다. 애경그룹 지주사인 에이케이홀딩스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이 53.6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든든한 '뒷배'를 두고 있는 만큼 사모펀드 휘하에 놓여있는 독립계 LCC와는 지배구조나 경영 의지가 다르다는 평가도 받는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사모펀드 투자는 길어야 5년 정도로 유효기간이 정해져 있는 만큼 인수 기회가 왔을 때 재무여력 부족 등으로 인해 놓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는 취지일 뿐 특정 항공사를 염두에 둔 메시지는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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