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티웨이항공이 국내 LCC(저비용항공사) 최초로 선보인 유럽행(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노선이 취항 한 달에 잡음에 휩싸였다. 일본 오사카로 갈 예정이던 티웨이항공 여객기가 11시간 넘게 출발이 지연된 배경에 자그레브행 항공기 결함 문제가 얽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16일 티웨이항공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TW283 항공편(인천→ 오사카)이 11시간 가까이 출발이 지연되는 일이 빚어졌다. 당일 오후 12시 5분에 출발할 예정이던 해당 항공편은 11시간이 지난 오후 11시가 돼서야 활주로를 달려 이륙했다. 이 과정에서 전체 탑승객 310명 가운데 204명이 출국을 포기하는 등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오사카행이 11시간이나 지연된 데에는 TW505편(인천→ 자그레브) 항공기 결함 문제가 깔려 있었다. 오사카행 보다 1시간 이른 13일 오전 11시 5분에 출발이 예정돼 있던 자그레브행(항공기명 HL8501) 정비가 지연되자 오사카행 항공기(HL8500)를 투입했다. 이는 두 항공편의 항공기가 동일한 규모라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오사카행과 자그레브행 모두 A330-300(347석) 기종을 활용한다.
오사카행 항공기를 HL8501로 교체한 티웨이항공은 승객들에게 3시간 정비 지연 통보를 했다. 하지만 정비 작업이 예상보다 더 걸려 오후 6시50분경에야 완료됐다. 이후 7시 30분경에 출발할 계획이었지만 공황장애를 호소하는 승객이 나온데다 승무원 근무시간 교체 등이 겹치면서 TW283편은 오후 11시가 돼서야 오사카로 향할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오사카행 항공기를 자그레브행에 투입한 것은 지연 보상을 최소화하려는 의도 때문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크로아티아가 포함돼 있는 유럽(EU)에서는 항공사 책임으로 인해 비행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게 되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도록 하는 EU261이라는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오사카행의 경우 탑승을 포기한 승객에게는 왕복 항공권 전액 환불이 이뤄졌고, 오사카에 도착한 승객에게는 10만원의 교통비가 지급됐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티웨이항공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티웨이항공은 "EU261과 관련해 고려한 바가 전혀 없다"며 "항공기 정비 지연이 발생할 경우 항공사들은 항공기 교체 등으로 스케줄을 조정해 운영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자그레브행에 오사카행 항공기를 투입한 것은 자그레브 공항 사정을 고려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티웨이항공에 따르면 현재 자그레브 공항은 활주로 공사, 시설 점검 등으로 인해 새벽 시간대(2시~5시 30분‧현지시각) 이용이 불가하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공항 이용을 제한하는 '노탐'(NOTAM‧Notice To Airmen) 통보를 받은 상태"라며 "자그레브행 항공기를 수리해서 나가면 현지 공항 조업 제한 시간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아 기체 교체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티웨이항공은 신규 노선인 자그레브행의 생채기가 불가피해 보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티웨이항공은 지난달 16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취항을 통해 유럽노선을 갖춘 국내 최초의 LCC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당시 티웨이항공은 "안전한 비행을 최우선으로 삼아 합리적인 운임과 서비스를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여 나가겠다"며 의욕을 다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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