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삼성물산 상사부문이 올해 1분기 쾌조의 스타트를 끊으면서 연간 이익률 3% 달성에 청신호를 켰다. 태양광 개발 사업 등 트레이딩(중개무역)에 편중돼 있는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노력이 서서히 결실을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과거 첫 단추를 잘 꿰고도 2%대에도 못 미치는 수익성을 거둔 적이 있는 만큼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상사부문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은 2.92%로 전년 동기 대비 0.17%p(포인트) 상승했다. 실적이 전반적으로 감소한 상황에서도 매출(작년 1분기 3조6040억원→올해 1분기 2조9060억원) 보다 영업이익(990억원→ 850억원) 하락폭이 덜한 덕분에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를 봤다.
삼성물산은 상사 업계에서 준수한 수준으로 여겨지는 2%대를 상회하는 이익률을 거두고도 최하위권 꼬리표를 떼는 데는 실패했다. 국내 3대 상사(포스코인터‧LX인터‧삼성물산) 가운데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하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올해 1분기 3.42%의 이익률을 보였고, LX인터내셔널이 2.93%의 이익률로 삼성물산 상사부문을 근소하게 앞섰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의 수익성은 본업인 트레이딩 의존도가 높은 탓에 경쟁사에 비해 낮은 편이다. 철강, 곡물 등 각종 원자재를 공급사와 판매사 간에 연결해주는 트레이딩은 수수료가 수익원이다 보니 고(高)마진과 거리가 멀다. 실제 삼성물산은 철강, 화학, 소재 등의 트레이딩에서 대부분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 1분기의 경우 전체 매출의 98%에 해당하는 2조8460억원 가량이 트레이딩에서 나왔다. 새 먹거리이자 태양광 개발을 주축으로 하는 에너지 부문이 나머지 2%(600억원)를 채웠다.
삼성물산은 트레이딩에 치중돼 있는 포트폴리오를 다각화 하고자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2018년부터 미국 태양광 사업권 개발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관련 시설이 들어서기 전까지 태양광 개발에 필요한 초기 단계를 마무리 짓고, 이를 실사업자에게 넘겨 매각 수익을 거두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하지만 삼성물산이 해당 사업을 통해 돈을 벌어들이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부지 선정부터 시작해 인허가를 얻기까지 2~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터라 2021년에서야 첫 딜(Deal)이 성사됐다. 당해 2200만 달러(약 300억원)를 시작으로 2022년 4800만 달러(약 655억원), 2023년 5800만 달러(790억원)의 매각이익을 실현했다.
이와 달리 포스코인터내셔널는 일찍이 탈(脫) 트레이딩 위한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섰다. 전신인 대우인터내셔널 시절이던 2000년 미얀마 정부로부터 가스 탐사권을 따내며 에너지 사업을 본격화 했다. 또한 지난 2021년에는 호주 천연가스 기업인 '세넥스 에너지(Senex Energy)'를 인수하는 등 고부가가치 비즈니스 발굴을 이어가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에너지 부문 매출 기여도가 13%를 넘어서며 순항을 이어가고 있는 배경이다. LX인터내셔널은 본업인 트레이딩과 자회사(51%)인 LX판토스가 담당하는 물류 부문이 45%씩 매출을 담당하고 있다. 이외에도 팜농장과 광산 운영을 통한 자원 개발에서 10% 가량의 수익이 창출된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이 올해 1분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면서 연간 이익률이 3%를 넘어설지 여부에도 이목이 쏠린다. 3대 상사 중 사실상 코로나19가 종식된 2022년을 전후로 이익률 3%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은 삼성물산이 유일하다. 하지만 과거에 이보다 더 좋은 스타트를 끊고도 3% 달성에 실패한 만큼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2022년 1분기에 3.29% 이익률을 실현하고도 그 해 1.96%라는 저조한 수치로 한 해를 마쳤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화학, 철강, 금속 등 필수 산업재 트레이딩 분야의 사업 확장과 함께 미래 유망 분야에서 종합상사의 역량·기능을 살려 신성장동력 발굴에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태양광, 배터리 리사이클링, 수소 등 다양한 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를 지속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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