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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 원인, '산은 영구채'
권녕찬 기자
2024.02.08 15:25:17
주식 전환시 지배구조 위협…산은 "최소한의 경영권 지분 딜"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7일 16시 2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HMM 매각 딜이 무산되면서 딜이 깨진 여러 요인 가운데 매도인 측이 보유한 영구채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주식 전환이 가능한 영구채 속성 탓에 애초에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밖에 없는 딜이었고 이게 빌미가 돼 결국 딜 무산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올해 4월부터 영구채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시점이 도래하는 가운데 매각 측은 배임 문제를 우려해 전부 주식으로 전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HMM 경영권 매각 지분은 57.9%(3억9879만156주)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보유한 영구채를 포함한 희석 지분은 38.9%였다. 매각 측이 보유한 1조68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주식 전환 시 지분율이 38.9%로 낮아지는 조건이다.


전북 익산 소재 하림지주 본사. 제공=하림

산업은행과 해진공은 과거 글로벌 경기 침체로 해운업계 경영난이 심각해지자 해운업 정상화 차원에서 HMM 영구채를 인수했다. 영구채는 사실상 만기가 없고 연장횟수 제한도 없기 때문에 통상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살려야 하는 국가기간산업 관련 부실 기업에 영구채를 활용한다.


이번 HMM 딜에 영구채가 포함되면서 애초부터 여러 쟁점을 초래했다.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민간기업 입장에선 실질적인 경영권을 위협 받을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하림은 영구채 주식 전환을 3년 유예 해달라고 요구했고 이는 공정성 시비로까지 번졌다. 


이와 관련해 하림그룹은 딜이 최종 무산된 이후 입장문을 통해 뼈 있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하림은 "실질적인 경영권을 담보해 주지 않고 최대주주 지위만 갖도록 하는 거래는 어떤 민간기업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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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측의 실질적인 경영 참여로 연결되는 영구채 주식 전환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앞서 HMM 인수를 타진했던 SM그룹도 매각 조건에 영구채 주식 전환이 포함되자 즉각 발을 빼기도 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이번 딜이 깨진 가장 큰 이유는 영구채 처분 문제"라며 "애초에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밖에 없는 매각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산은이 영구채 처분에 대한 명확한 계획 없이 너무 성급하게 매각을 추진했다"고 지적했다.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영구채 콜옵션 행사 시점(1조6800억원 규모)은 올해와 내년에 차례로 도래한다. 오는 4월부터 내년 4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순차 도래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매각 측은 배임 문제를 의식해 영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HMM 주가는 1만8000원 안팎을 형성하고 있고, 영구채의 주식 전환가격은 5000원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서는 주식 전환으로 발행주식이 급증하면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가 훼손되는 만큼 콜옵션을 행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영구채를 조기상환하지 않으면 이자율이 껑충 뛴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현재 해당 영구채의 이자가 연 3% 수준인데 상환하지 않을 경우 연 6%까지 뛸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콜옵션 행사를 하지 않아도 배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영구채를 어떤 방식이든 처리해야 한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다만 산은은 애초에 영구채가 포함된 딜로 '공지'했던 만큼 핵심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이번 협상은 최소한의 경영권 지분만 가져가는 딜"이라며 "산은 등이 2대 주주로 남아 해운산업 발전에 역할을 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충분한 실사 과정과 법률 검토를 거쳤다"면서 "그러한 영구채 관련 논리는 내년 5월 이후로 매각을 하란 얘긴데 그 사이 어떠한 리스크가 발생할 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글로벌 대표 해운사들의 경우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덴마크 글로벌 해운사 머스크(MSK)는 창업주 오너일가가 지분 60%를 갖고 있으며 일본 해운회사 ONE은 일본 국적 3사가 지분 100%를, 중국 해운기업 COSCO는 중국 정부 소유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국적선사인 HMM을 민간기업에 넘기는 게 좋은지 연기금이 다수 참여하는 국민기업 형태로 가져가는 게 좋은지 각종 방안을 놓고 치열하게 논의해야 한다"며 "어느 형태가 해운산업에 도움이 되는 방식인지 사회적 공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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