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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승자의 저주 피했다
유범종 기자
2024.02.08 15:25:56
하파그로이드 이탈, 인수 시너지 불확실…재무부담 완화 '긍정적'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7일 17시 5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림지주 익산 본사. (제공=하림그룹)

[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하림의 HMM 인수 실패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HMM의 든든한 우군이던 세계 5위 선사인 하파그로이드(Hapag-Loyd)가 최근 동맹 이탈을 선언하면서 인수 시너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현저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나아가 수조원에 달하는 자금조달 부담이 사라지면서 재무안정성을 높이는 한편 또 다른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양재물류센터 개발사업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하림은 지난해 11월 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하림은 HMM 채권단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지분 57.9%에 대해 약 6조4000억원의 매입가격을 제시하며 경쟁기업인 동원을 제치고 최종승자가 됐다. 하지만 이후 채권단과의 주주간 협상에서 발생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이달 7일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과감히 추진했던 HMM 인수가 무산됐지만 일각에선 오히려 하림에게는 이번 결과가 득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HMM이 속한 해운동맹인 '디얼라이언스(The Alliance)'에서 하파그로이드가 돌연 탈퇴를 선언하면서 인수 이후 기대했던 시너지 창출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탓이다. 


실제 지난달 독일 선사인 하파그로이드는 HMM이 속한 디얼라이언스에서 탈퇴하고 덴마크 해운사인 머스크(AP Moller-Maersk)와 2025년 2월부터 새로운 해운동맹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디얼라이언스에서 좌장 격을 맡고 있던 하파그로이드의 이탈은 해운동맹 내 선복량 위축과 함께 타 해운동맹과의 경쟁에서 열위에 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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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하림이 HMM 인수전에 뛰어든 가장 큰 이유는 계열사인 팬오션을 주축으로 한 벌크사업에서 컨테이너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글로벌 해운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HMM의 경우 해운동맹을 바탕으로 미주와 유럽 등 중장거리 항로까지 보유하고 있어 하림의 해운사업 거점다각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HMM의 든든한 우군이자 디얼라이언스 해운동맹 내 유일한 유럽 해운사인 하파그로이드의 이탈은 하림이 그렸던 글로벌 해운사 청사진에도 커다란 제약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HMM 인수 실패는 하림의 재무적 부담을 경감하는데도 크게 일조할 전망이다. 하림그룹에서 투자를 총괄하는 지주회사 하림지주의 경우 2017년부터 작년 9월까지 7년간 평균 부채비율은 155.2%, 차입금의존도는 48.6%에 달했다. 특히 50%에 육박하는 차입금의존도에서 보여지듯 하림은 채무상환부담이 큰 기업 중 하나다.


하림이 HMM 인수를 위해 써 낸 금액은 총 6조4000억원이다. 인수자금 가운데 자체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재원은 팬오션 보유현금과 유상증자 등을 포함해 2조원 안팎으로 나머지 4조원을 웃도는 금액은 차입과 재무적투자자(FI) 유치 등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 결국 하림이 끝내 HMM 인수를 확정했다면 재무건전성은 급격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김응관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크레딧 관점에서 볼 때 하림이 HMM을 인수했다면 하림지주의 재무부담은 상당히 커졌을 것"이라며 "이번 딜이 무산되면서 재무부담을 경감하는 효과를 보게 됐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하림이 또 다른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양재물류센터 개발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하림이 HMM을 인수했다면 양재 물류단지 사업비까지 포함해 총 13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해야 했지만 인수 무산으로 자금조달 부담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림은 작년 말 총 사업비 6조8000억원이 넘는 양재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에 대한 서울시의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이번 사업은 양재동 225번지 옛 화물터미널 부지 일대에 도시첨단물류단지를 조성하는 것으로 부지면적 8만6000㎡(2만6015평)에 지상 58층~지하 8층 규모의 첨단물류시설과 상류시설(상적유통시설), 지원시설 등을 구축할 계획이다.


시장 관계자는 "하림은 이번 HMM 인수 과정에서 본계약 체결 전 발을 뺐기 때문에 6000억원이 넘는 계약금도 내지 않아 크게 잃을 게 없다"며 "대규모 자금유출을 피하면서 신용등급 하락을 피했고 이것이 양재물류센터 개발사업 추진을 위한 금융비용 부담을 낮추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그는 "오히려 과거 호남지역 선배기업인 금호그룹의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등 무리한 인수를 반복하지 않으면서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 않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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