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한국토요타자동차(이하 한국토요타)가 벌어드린 순이익을 고스란히 일본 본사로 배당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선 한국 재투자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단 반응 일색이다. 잉여금까지 모두 배당금으로 지급한 터라 국내 소비자를 위해 투입할 비용이 사실상 없단 이유에서다.
한국토요타는 2023년(2022년 4월~2023년 3월) 회계연도(FY) 기준 8821억원의 매출과 54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5.2%, 42.9%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43.4% 늘어난 41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이 기간 회사는 배당금으로 순이익과 동일한 금액을 지급했는데, 일본 토요타모터코퍼레이션(Toyota Motor Corporation)이 전액 수령했다.
시장에선 한국토요타의 배당 정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영 악화가 본격화된 2020년부터 매년 배당을 실시하는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실제 이 회사 실적은 2019년 사상 최대를 달성한 이후 급감했다. 일본불매운동의 여파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데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확산하면서 신차 판매가 줄어서다. 다만 엔데믹으로 전환한 2022년부터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반등했다.
한국토요타는 한국에서 벌어드린 돈을 한 푼도 빠짐없이 일본으로 보내고 있다. 이 회사는 2020년 220억원과 2021년 22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그해 배당으로 전액을 처분했다. 특히 2022년엔 그동안 쓰지 않고 쌓아온 잉여금까지 싹 끌어 모으며 순이익(286억원)보다 3배 더 많은 796억원을 배당했다. 이에 지난 4년간 일본 토요타가 수령해간 배당금은 동 기간 회사가 번 순이익(1145억원)보다 45% 많은 1655억원에 달했다.
나아가 한국토요타가 단순 '판매 대리점' 역할만 수행하고 있어 국부유출 논란이 쉽사리 진화되지 않을 것이란 게 시장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국내에 생산 공장에 없는 한국토요타가 본사에 원자재(차량 및 부품) 값을 지불해 상품을 받고, 이를 판매해 얻은 수익까지 다시 모기업으로 환원하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한국토요타 측은 문제될 게 없단 입장이다. 본사로 유입된 배당금은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를 견고하게 다지는데 쓰이고 있단 이유에서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 수익은 본사로 환원되고 글로벌 전체의 수익은 토요타의 '더 나은 자동차 만들기'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 활동에 투자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한국토요타의 현재 차기이월미처분이익잉여금이 없단 점이다. 해당 계정을 0원으로 둔다는 것은 한국 시장에 다시 투자하지 않겠단 의미로 풀이돼서다. 사내유보금인 미처분이익잉여금은 다음년도 배당금으로 쓰이거나 투자 재원 등으로 활용된다.
이렇다 보니 시장에선 한국토요타의 국내 투자가 더욱 위축될 것이란 시각을 견지 중이다. 안 그래도 사후관리(AS)나 프로모션 등소비자 인프라 확대에 인색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인데, 잉여금 없이는 추가 투자를 기대하기 힘든 까닭이다. 예컨대 한국토요타는 딜러사가 신규 전시장이나 서비스 센터를 오픈할 때 투자와 관련된 비용을 전혀 지원하지 않고 있다. 한국에 진출한 수입차 업체 대부분이 해당 비용을 일부 부담한다는 점과 확연히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앞선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딜러사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프로모션이나 캠페인 같은 경우 금액 외에 다른 형식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다만 정기적으로 지원되는 부분은 따로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한국토요타는 한국 법인 설립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던 2019년 미처분이익잉여금이 510억원에 달했으나,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일본 불매 운동의 열기가 뜨거운 상황에서 배당을 실시하면 국부유출 논란이 부각될 수 있단 점을 의식한 것으로 시장은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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