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 ASM이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에 1억달러(약 1300억원)을 투자해 제2제조연구혁신센터를 구축한다. ASM은 최선단 나노 경쟁의 핵심 장비인 '플라즈마 강화 원자층증착(PEALD) 장비'를 한국에서만 생산한다. 

이번 결정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제조사 요청에 따른 것이다. 또한 고성장 분야를 키워야 한다는 ASM의 내부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한국 내 생산 역량을 3배 가까이 키우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벤자민 로(Benjamin Loh) ASM 최고경영자(CEO)는 23일 서울 강남구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24일 경기도 화성에서 제2제조연구혁신센터 기공식을 진행할 예정"라며 "2025년 완공 예정인 연구혁신센터는 글로벌 첨단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ASM의 중요한 확장 전략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ASM은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원자층증착(ALD), 에피택시(epitaxy) 등 증착 공정에 활용되는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다. 3대 해외 거점(한국‧미국‧싱가포르)을 포함해 글로벌 15개국에 자회사를 두고 있다.

ASM은 1995년 한국 자회사 에이에스엠케이를 설립한 뒤 2005년 지니텍을 인수해 'PEALD 기술'을 확보했다. 'ALD'는 물리적 방식(PVD)과 화학적 방식(CVD)이 가진 단점을 보완한 반도체 증착법이다. 웨이퍼 위에 나노미터 수준의 얇고 정밀한 막(Layer)을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PEALD는 ALD의 최대 단점인 느린 공정 속도까지 보완한 최신 증착법이다.

PEALD는 메모리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의 최선단 공정에도 적용된다. 이번 연구혁신센터 증설은 성장성이 높은 PEALD 분야에 대한 ASM의 확장 전략이다. 오는 2025년 제2제조연구혁신센터가 완공되면 ASM 화성 시설의 R&D 공간은 2배, 제조 공간은 3배 확장된다. 

면적으로 따지면 기존 약 2만㎡ 규모에 8개 층에 걸친 3만1000㎡ 공간이 추가된다. 현재 국내 임직원은 460여명 수준, 센터 증설과 함께 향후 3~5년 동안 200여명을 추가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로 CEO는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의 반사 효과로 한국에 투자를 늘린 게 아니다"라며 "한국 고객사의 투자 확대 요청도 있었고 PEALD 분야가 계속 성장하고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증설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반도체 장비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최첨단 미세 공정에서는 ALD 기술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ASM은 전력반도체 신소재로 불리는 실리콘카바이드(SiC) 에피택시 분야까지 저변을 넓히고 있다. ASM은 지난해 이탈리아 에피택시 전문 업체 LPE를 4억2500만 유로(약 6000억원)에 인수했다. 현재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관련 장비를 100% 생산하고 있으나 증설이 필요할 경우에는 싱가포르를 새로운 생산 거점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