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성희 기자] 인터넷전문은행들의 10대 고객 확보 경쟁이 뜨겁다. 카드 사용내역을 일일히 드러나는'엄카'(엄마카드)에서 해방되고 싶은 청소년들의 니즈가 폭발하면서 '앱' 사용에 친숙한 이들을 대상으로 인터넷은행이 10대 청소년들을 일컫는 '알파세대(2010년 이후 출생)' 모시기에 발 벗고 나섰다. 

인터넷은행의 경우 알파세대가 모바일 및 앱 사용에 친숙한 만큼 시중은행과의 고객확보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토스뱅크 등은 알파세대의 소비행태를 분석해 이들을 겨냥한 카드 상품들을 내놓으면서 고객층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10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말 누적 기준 신규 고객의 19%가 10대 고객으로 집계됐다. 과거 2017년부터 2018년에는 신규 고객의 단 2%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10대 고객 비중이 비약적으로 상승, 주요 고객층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들어선 1월1일부터 9일까지 신규 고객의 20%를 10대 고객이 차지했다.

카카오뱅크가 10대 고객 비중을 큰 폭 늘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카카오뱅크 미니(mini)'의 역할이 컸다.

카카오뱅크 미니는 10대만 가입할 수 있는 선불전자 지급 서비스로, 편의점과 배달음식, 버스·지하철(교통결제) 등 청소년들의 주요 소비처와 제휴하고 있다. 또 미니카드로 이체와 입금, ATM무료 출금 등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50만원까지 보유할 수 있으며 실시간 이체는 물론, 휴대폰으로 충전된 금액을 뽑을 수도 있다"며 "쓴 돈과 남은 돈을 앱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아직 경제 관념이 부족한 10대들의 금융교육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말 현재 가입자 수만 약 150만명에 달한다.

청소년들의 저축 습관 형성을 돕는 취지로 '미니(mini)26일 저금'도 만들었다. 26일 동안 매일 500원에서 2000원씩 저금하는 상품으로, 도전 기록을 스탬프로 남길 수 있고 26일 저금 성공 시 캐시백 서비스도 제공한다.

토스의 경우 토스뱅크가 아닌 모회사 '토스'에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만 7세에서 14세까지 초등학생들도 가입해 사용할 수 있는 '청소년 토스'(송금 및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단 계좌개설은 만 17세부터 가능하기 때문에 가상계좌를 사용한다. 만 14세부터 19세까지 이용할 수 있는 '토스 유스 카드'도 10대를 위한 카드이다. 

토스뱅크는 "지난 10월 기준 전체 고객의 7.2%가 10대 고객"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6월(6.5%)에서 4개월만에 0.7%포인트(p) 상승할 정도로 10대 고객의 유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10월 이후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10대 고객은 7% 수준을 유지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토스뱅크 전체 고객이 약 500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10대 고객 수만 약 36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말 만 14세부터 18세를 대상으로 한 '하이틴'을 내놨다. 경쟁 인터넷은행에 비해 다소 서비스 출시가 다소 늦은 셈이다. 다만 10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채워 넣어 빠르게 고객 확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이틴'은 청소년을 위한 선불전자지급수단 서비스로, 입금과 출금, 이체 등을 계좌처럼 사용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하이틴에 연결된 '하이틴 카드' 이용 한도는 하루 50만원, 월 총 200만원이며 하이틴에 보관할 수 있는 금액 한도는 50만원이다. 

이 외 선불 충전 교통카드인 '캐시비'를 탑재했으며, 청소년이 입장할 수 없는 주점과 숙박업소 등 청소년 유해 업종에서는 이용할 수 없다. 전국 은행과 GS25 편의점 현금자동입출금기를 통한 현금 입출금은 무료로 사용 가능하며, 10대 청소년들이 주로 사용하는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실적 조건 없는 결제 캐시백도 제공한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중순 출시해 아직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가입 고객 수 등 유의미한 수치를 밝힐 시점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이틴 서비스에 대한 고객 반응은 기대보다 좋은 상황"이라고 밝혀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은행권 관계자는 "통상 첫 주거래 은행을 생애주기에 걸쳐 오래 사용하는 경향성이 뚜렷한 만큼 미래 잠재적 충성 고객인 10대 고객을 장기적 안목에서 선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인터넷은행은 모바일 기반이기 때문에 10대 고객에게 상대적으로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