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민 기자] 롯데그룹의 송용덕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이 입사 40여년만에 자리에서 물러난다. 재계에선 롯데그룹이 외형성장에도 재무지표 전반이 악화됐던 점이 이번 퇴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송 부회장이 롯데그룹의 안살림을 챙겨 왔기 때문이다.

송 부회장은 1979년 문을 연 호텔롯데 원년멤버로 2000년 제주총지배인과 마케팅 부문장을 거쳐 2011년 롯데RUS 대표이사로 근무했다. 러시아 근무 당시 모스크바 호텔을 성공리에 안착시켰단 평가를 받았다. 이후 2012년부터 호텔롯데 대표이사를 맡았고, 2017년 롯데그룹 호텔&서비스 BU장에 올랐다. 2020년에는 그룹 컨트롤타워인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롯데지주에 입성한 후 송 부회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복심'으로 불리며 인사, 노무, 경영개선 등 그룹 전반의 살림살이를 책임졌다. 그 결과 롯데그룹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불안정한 경영 여건 속에서도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실제 송 부회장이 업무를 개시한 2020년 롯데지주의 연결 매출액은 9조866억원으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고, 2021년 역시 9조9249억원으로 9.2% 늘어났다. 영업이익 역시 이 기간 1748억원→1562억원→2164억원으로 연평균 13.9% 증가했다. 이러한 실적 우상향 기조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올 3분기까지 롯데지주의 연결 매출액은 10조442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0.1% 늘었고, 영업이익은 4728억원으로 같은 기간 106.7%나 급증했다.

다만 실적과 달리 재무지표는 악화됐다. 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 만들기와 함께 중고나라 등 기존 플랫폼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 인수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까닭이다. 롯데지주의 총 차입금만 봐도 12월말 기준 2019년 4조6813억원, 2020년 5조2353억원, 2021년 6조8389억원으로 2년 새 46.1%나 급증했고, 올해 9월말에는 8조456억원으로 불어나 작년 말보다 17.6%나 늘었다. 이로 인해 차입금의존도도 이 기간 30%→31.4%→34.3%→36.7% 순으로 상승했다. 

차입금이 증가는 운전자본(매출채권+재고자산-매입채무) 부담이 커진 것과 무관치 않다. 그룹의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의미하는 운전자본이 1년 만에 83.9%(7360억원→1조3537억원) 증가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자체 조달 가능 현금 여력을 의미하는 내부순현금흐름(ICF)은 마이너스(-) 9189억원으로 1년 만에 음수로 전환하는 등 현금을 벌긴 커녕 유출만 발생하고 있다. 결국 그룹의 수뇌부의 책임론이 부상하지 않을 수 없었던 셈이다.

재계에서도 재무지표 전반이 악화된 게 송 부회장의 퇴임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실적 개선에도 재무지표가 악화됐다면 회사의 전략 방향을 지시한 수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며 "롯데그룹의 경우 최근 레고랜드 사건 등으로 재무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상황이었던 만큼 이 부분이 송용덕 부회장의 용퇴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꼭 수장의 잘못이 아니더라도 이런 사태를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조직의 문화"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송용덕 롯데지주 대표이사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비즈니스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 젊고 새로운 리더 중심으로 그룹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물러나겠다는 뜻을 최근 밝혔다"고 설명했다.